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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Dec 31. 2023

시대예보

새 시대의 주인공, 핵개인이 만드는 미래

새해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책에 손이 간다. 아무래도 변화하는 세상을 가늠해 보아야 내 미래도 그려볼 수 있고 거기에 맞춰 신년 계획도 세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올해는 빅데이터 전문가의 미래 예측서를 살펴보았다. 미래는 권위적인 전문가 한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대중이 머리와 마음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런 느낌은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출퇴근을 멈추고 학생들이 등하교를 멈추었지만 놀랍게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우리에게는 온라인이라는 가상 세계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일, 학습, 쇼핑, 생활을 이어갔다. 물리적 공간의 힘이 약해지니 물리적 조직에서 한 명의 권위자의 힘보다 가상공간에서 일반인들의 창의적인 힘이 더 강해졌다. 일반인들이 한 줄씩 이어가는 댓글이 시인의 시보다 더 근사하고 거대 방송국의 기획 다큐보다 개인 유튜브 채널의 일상 브이로그가 더 흥미로웠다. 그러니 이제 권위적인 미래 학자의 학술적인 미래 예측보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의 마음을 캐어 시대를 예보해 주겠다는 빅데이터 전문가의 미래 예측이 더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송길영은 전산학을 전공한 빅데이터 전문가지만 예전부터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했고 강연도 활발하게 해 온 강연가 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마인드 마이너’라고 소개한다. ‘마인드 마이너’란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저자가 직접 만든 단어이다. 저자는 기상을 예보하듯 시대를 예보한다는 의미로 ‘시대 예보’라는 단어를 만들기도 했다. 핵가족이 아닌 ‘핵개인’이라는 단어도 저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저자는 이처럼 기존의 질서와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직업, 자신의 용어를 새로 창조해 내는 사람이 바로 ‘핵개인’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글로벌화와 가상화로 확장된 새로운 세계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큰 틀에서 조망하면서 시작한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무한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개인들은 서로 연결하면서 합리적 합의를 모색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핵개인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은 이렇다. 고령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효도만 하다가는 내 인생 못 살겠다는 자각이 젊은이들 사이에 번져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른보다 청년이 적응에 유리하기 때문에 예의라는 윤리 규범도 옛것이 되어 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조직과 소속감이라는 기존의 권위는 힘을 잃고 있다. 결국 과거의 질서에 기대지 않는 용감하게 도전하여 자립에 성공하는 핵개인이 출현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확인하게 되는 미래의 모습은 이미 핵개인이 된 개인에게는 좋게 느껴지고 아직 핵개인이 되지 못하고 구시대의 질서에 따라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삭막하고 적응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세상의 변화를 명료한 화법으로 세련되게 묘사하는 작가의 역량이 감탄하며 읽었다. 한국인보다는 ‘서울러’를 지향한다는 요새 사람들의 이야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꼰대 소리 들으며 왕따 될 수밖에 없다는 요즘 세태, 출퇴근 없는 AI는 인류에게는 축복일 수 있지만 준비하지 않은 개인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내용, 앞으로 채용은 사라지고 영입만 있을 뿐이니 이런 세상에 적응하려면 핵개인이 되어 스스로 학습하고 직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 늘어나는 노인 세대와 줄어드는 인구가 맞물려 효도는 종말하고 천륜이 사라지고 있다는 날카로운 현실 분석, 하지만 당위가 없어진 곳에서 더 진정성 있는 연대가 만들어진다는 희망 어린 미래 예측까지 페이지마다 밑줄 긋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미래는 이미 왔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는 않았다는 말이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이 말하는 '시대예보'를 읽고 내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는 핵개인인지 아니면 아직 과거에 살고 있는 꼰대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해 송길영의 '시대예보'의 일독을 권한다. 쉽게 읽히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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