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질병의 진짜 원인을 탐구하다

by 제비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몸의 질병만이 아니라 정서적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워진다. 책의 앞부분은 각종 성인병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면담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다발성 경화증, 당뇨병, 각종 암, 류머티즘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과 위염, 치매 등 다양한 난치병 환자들이 자신은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 마테 박사는 많은 경우 감정적 억압이 신체적 질병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살면서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몸이 대신 No라고 말하면서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은 주로 정서적 상처가 어떻게 해서 신체적 질병으로 나타나는지에 관한 내용을 과학적으로 연결한 내용이어서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진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진실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적절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감정을 나누면 감정이 해소되고 그렇게 감정을 잘 처리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자기감정 표현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고 억눌려 살아가고 있다.


마테 박사의 관찰에 따르면 여러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대다수 성격이 좋고 거절을 못하고 남들에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서 좋은 성취를 이뤘거나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은 대개 본인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고 불편함 없이 자랐다고 증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실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미묘한 감정적 억압이 포착된다. 그들이 받은 감정적 억압은 너무나 미묘하고 복잡해서 당사자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부담스러운 진실이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마테 박사의 개인사

마테 박사는 헝가리계 캐나다인 의사이다. 그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던 시기에 불안한 유대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이다. 그가 생후 5개월이었을 때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당했고 1세였을 때 엄마는 살아남기 위해 낯선 사람에게 5주간 마테를 맡기기도 했다. 마테 박사는 이런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살면서 늘 두려움과 분노, 의심 등 괴로움을 많이 느끼며 살았다고 한다. 마테 박사는 십 대 때 캐나다로 이주해 의사가 되는 성공을 이루지만 직업적, 경제적 성공도 마테 박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마테 박사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과 면담하고 또한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린 시절의 경험이 개인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질병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환자들의 사연과 마테 박사 본인의 스토리 덕분에 신체와 정신과 정서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어렵지만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있는 책, 마테 박사의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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