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비 Nov 30. 2023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콜라보

내가 잘 관찰해보니 사람마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조합해 나가는 방식이 다 다른 것 같다. 나도 과학이나 수학보다는 인문학적인 사유가 더 쉽게 느껴지는 문과 여자이다.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은 나한테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호기심은 많아서 과학이나 수학을 잘하는 사람과 잘 소통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또 크다. 나처럼 이쪽 저쪽에 관심이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 나왔다. 똑똑하다고 소문난 자칭 지식소매상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문과 머리로 최대한 이해한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잘 풀어서 설명해 준 책이 나온 것이다. 책의 제목은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이다.


읽으면서 두 가지 감상이 들었다. 하나는 역시 문과 머리로는 이과의 세계가 참 어렵구나 하는 느낌과 다른 하나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유시민 작가가 정말 잘 연결해냈구나 하는 감탄이다. 책의 첫 장은 유작가가 자신은 ‘거만한 바보’였다는 자기 고백으로 시작한다. 인문학자로서 자연과학의 세계를 전혀 모르면서도 인생을 다 안다고 잘난 척하며 살아왔던 시간에 대한 겸손한 인정이다. 인정받는 인문학계 지식인으로서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보다 오히려 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자연과학이 인문학의 핵심인 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 앞에 내어 놓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


책의 목차는 문과가 쓴 과학책 답게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 과학 중에서 가장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뇌과학부터 생명에 대한 연구인 생물학, 물질을 다루는 화학, 물리학으로 나가다가 결국 무미건조한 수학으로 끝나는 구성이 문과인 나에게도 가장 따라가기 쉬운 전개다. 내용에 대한 이해 역시 뇌과학이 가장 재미있고 이해가 쉬웠으며 점점 어려워지다가 수학에 대한 쳅터는 겨우겨우 잘 모르면서 글자만 읽어 내려갔다. 그나마 수학이 우주의 언어라는 비유가 문과인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시민 작가는 뇌과학을 통해 나는 무엇인가를 탐구했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이루는 나에 대한 탐구가 흥미로웠다. 생물학을 통해서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 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유전자 입장에서는 종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차별은 없다는 내용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었다. 화학을 통해서는 작은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학교 다닐 때 골치 아프게만 생각했던 원자니 분자니 하는 내용을 저자의 탁월한 비유로 사람 소개하듯 인격을 부여해 설명해주니 그나마 이해가 쉬웠다. 또, 사람도 결국 원자로 이루어졌으니 주기율표가 우리의 창조신화 혹은 탄생설화일 수 있다는 설명도 화학을 친근하게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다.


뒷부분인 물리학과 수학은 어려워서 글자만 겨우 읽었다. 물리학 공식은 압축미를 지닌 한 편의 시라는 비유나 물리학적인 지식을 통해 우리는 별에서 왔다는 결론이 낭만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나처럼 문과적 성향이 있지만 자연과학적 지식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나와 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주는 것 같다. 각주로 유시민 작가가 정보를 얻은 각종 과학 책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이 점도 이 책의 아주 큰 장점이다. 한인회 도서실에서 주목해 볼만한 좋은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