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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Dec 08. 2023

파친코 1,2

일제 강점기 이주한 ‘자이니치’들의 연대기

최근 소설 ‘파친코’의 열기가 뜨겁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 2017년에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최근 애플TV에서 이 내용을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드라마 덕분에 소설책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져 한국의 서점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하노이한인회 도서실에는 이전에 비치해 놓은 책이 있어서 인기 소설 ‘파친코’를 읽어볼 수 있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살았던 훈이와 양진 부부와 그들의 딸 선자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선자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이주해서 두 아들을 낳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선자의 삶과 함께 계속 이어져서 선자의 아들들과 그 아들들이 낳은 자녀들까지 총 4대에 걸친 일가족 연대기가 펼쳐진다. 마치 실제 살아있을 법한 인물들의 생생한 삶이 무심한 듯 그러나 너무나 현장감 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이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스토리라는 점을 까맣게 잊게 된다. 식민지 시대의 굴곡진 역사의 현장에서 자의인지 타의인지 헷갈리며 한국과 가장 철천지원수의 땅인 일본에 가게 된 선자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말도 못할 고생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간다.


소설의 제목인 ‘파친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행 사업인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이 수많은 편견과 냉대 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었기에 많은 한국인들이 멸시를 견디면서도 이 ‘파친코’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제시대때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을 ‘자이니치’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았고, 그 험한 시대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본으로 가게 된 조선인들이 어떠한 고통 속에 살아갔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2대와 3대째로 내려가면 ‘자이니치’들은 극심한 정체성 문제를 겪게 된다. 조선인으로서도, 일본인으로서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우리나라가 나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요즘 같은 시기에 해외교민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행복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시기를 만들기까지 불과 100년도 채 안되는 기간이었던 점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우리 선조들이 참 짧은 시간 동안에 정말 비참했던 나라에서 정말 찬란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이 뜨겁게 느껴졌다. ‘파친코’에서 만난 ‘자이니치’들의 삶을 통해 어려웠던 시기 일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주한 ‘고려인’이나 ‘쿠바 한인’등 다른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관한 관심도 생겼다. 소설 ‘파친코’는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해외 교민으로서 다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하노이 한인소식지 독자들께 일독을 권한다.


l  디아스포라(영어: diaspora):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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