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병으로부터 지키는 방법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추적관찰한 가트맨 박사는 감정코칭을 받은 아이들은 면역력이 높아져서 감기나 염증과 같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고 쉽게 낫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병원 시스템이 한국보다 열악한 베트남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감정코칭과 면역에 관한 설명이 나에게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감정코칭을 배우고 아이들에게 감정코칭을 잘 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에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셧다운되면서 감정코칭과 면역에 대한 과학적인 이론을 더 공부해 보았다.
우리 신체는 일상적으로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늘 상시적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체계가 면역 시스템이다. 하지만 만약에 일상적이지 않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이 면역 시스템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각성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면역 반응과 각성 반응은 시소처럼 한 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 쪽은 내려가도록 되어 있어서 두 가지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설명의 과학적인 근거가 바로 이 시소처럼 되어있는 면역 시스템과 각성 시스템의 작동 원리 때문이다.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각성 반응은 우리 생존을 위해 매우 필요한 반응이다.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반사적인 반응은 생존에 정말 도움이 되는 신의 섭리 같은 우리 몸의 작동 기제이다. 그런데 이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잠시 켜졌다가 바로 꺼져야 하는 각성 시스템이 바로 꺼지지 않고 계속 반응하고 있다면 온도 조절 장치가 망가진 히터처럼 신체는 이미 지나간 위기에 대해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피로해지고 면역력은 낮아진다.
만성 스트레스도 문제이다. 급성 스트레스는 갑작스런 외부 상황이라는 요인이 있을 때 당연히 올라오는 반응이라 스스로에게도, 또 남에게도 일정 부분 설명이 된다. 그런데 만성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만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만성적으로 계속해서 각성 시스템이 켜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면 면역 시스템은 계속 꺼져 있는 것이니 가벼운 질병에서부터 심각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에 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때의 스트레스는 급성 스트레스가 아닌 만성 스트레스이다.
만성 스트레스가 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해치기 때문이다. 만사에 예민하게 구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기가 어렵다. 남에게 설명할만한 뚜렷한 외부 상황이 없는데도 스스로 일으키는 각성 반응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오해만 받게 될 뿐이다.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열쇠는 바로 감정에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위험하거나 낯선 자극을 받을 때 놀람, 공포, 불쾌, 혐오,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신체의 각성 시스템을 켜는 스위치가 된다. 이것은 생존에 필요한 반응이지만 오래 지속되면 면역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우리가 이때 두려움, 놀람과 같은 감정을 잘 가라앉힐 수 있으면 비정상적인 각성 시스템을 멈추고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면역 시스템으로 빠르게 돌아올 수 있다. 아이가 놀라거나 두려워할 때, 즉 스트레스를 받을 때 믿을 만한 어른이 감정코칭을 해 주면 아이는 이런 감정을 잘 가라앉힐 수 있다. 급성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면 면역 시스템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감정코칭 받은 아이가 면역력이 높다는 실험 관찰 결과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감정은 만성 스트레스에도 개입한다. 외부로부터 위기 상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분노, 짜증, 화, 좌절감, 괴로움,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면 이 상태가 바로 만성 스트레스 상태이다. 감정코칭으로 존중받고 공감 받고 환영받아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고 당당한 아이는 기본 정서가 긍정적이다. 긍정적인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아이는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아이다. 이런 아이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성 스트레스도 잘 조절하고 일상적으로 마스트를 써야하는 최근의 만성적인 불쾌감과 짜증,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함과 절망감 같은 스트레스에도 강하고 잘 적응한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이번에 감정코칭과 면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아이들과 다시 행복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몇 번이나 같이 쓰자고 했다가 흐지부지 되기를 반복했는데 다시 도전이다. 최성애 박사님이 만든 행복일기는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운동과 긍정적인 마음을 계속해서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나의 밝은 마음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최성애 박사님이 제작하신 행복일기를 구입할 수 있지만 여기는 배송이 어려우니까 그냥 아무 공책에다 짧게 오늘 운동은 뭘 했고 얼마나 했는지, 하고나서 기분은 어땠는지, 다행스러운 일은 뭐가 있었는지, 감사한 일은 뭐가 있었는지, 내가 남을 위해 또 나를 위해 한 좋은 행동은 뭐가 있었는지 짧게 기록해본다. 여기에 오늘 느낀 감정과 새롭게 배운 내용을 추가하면 나중에 다시 읽어봐도 좋을 만한 멋진 일기가 된다. 한동안 아이들과 잘 써오다가 아이들이 너무 성의없이 장난스럽게 대충 쓰길래 그냥 나 혼자만 쓰고 아이들은 억지로 쓰게 하지 않고 쉬던 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되는 시간도 늘어나고 아이들 면역력에 대한 걱정도 높아지는 시기이다. 아이들 면역력을 위해 건강한 식단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간단한 홈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만들어봤다. 그리고 행복일기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신체적 면역력만이 아니라 심리적 면역력을 위해서도 괜찮은 시도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행복일기 쓰기가 처음이 아니다 보니 나름 능숙하게 잘 써내려 간다. 덕분에 나도 아이들의 하루에 대해 더 꼼꼼히 알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더 세심하게 배려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어려운 때지만 건강한 우리 가정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용기가 나고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