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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타이밍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주변을 관찰하는 지혜와 눈치

by 마음꽃psy

타이밍을 놓쳤다.

분명히 며칠 전만 하더라도 푸른 잎이 뎅뎅하게 다닥다닥 싱싱하게 붙어있었다. 물을 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물을 주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어젯밤 화초들을 보다가 심상치 않아졌음을 느꼈다.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들이 보였다. 물을 줘야 할 타이밍을 놓쳤나 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데려가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이미 말라버린 초록잎들이 우두두 떨어졌고 시들어버린 잎사귀들은 힘없이 붙어있다.

초록색으로 잎이 마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녹보수. 2년 전 화원에 가서 잎사귀가 예뻐 3만 원을 주고 샀다. 화초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내가 화초에 관심이 생기며 돈을 주고 산 3번째 화분이었다. 첫 번째로 산 콤펙타가 다행스럽게 잘 자라고 있고, 10 뿌리를 심은 스투기는 물을 너무 많이 주었는지 이상하게 물러져 5개는 뽑아냈고, 5포기가 힘없이 서 있다. 스투기는 웬만하면 죽지 않는다고 하여 샀는데 '웬만하면'이라는 기준이 없어 내게는 너무 어렵다. 언제 물을 주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으니 5 뿌리마저도 불안 불안하다. 그래서 아무때나 물을 주어도 되는 행운목이나 테이블야자가 좋다.


녹보수는 잎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기특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며칠 사이 이렇게 달라져버렸다. 잎이 마른다는 것은 노랗게 변하여 말라가는 줄 알았더니 초록인 상태에서도 나무에 매달려 조금씩 말라갔나 보다. 너무 조금씩 변화하여 나는 녹보수가 말라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의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좋아하던 식물의 잎이 우두두 떨어져 나갔다. 검색을 해보니 초록으로 마른다는 것은 수분의 문제도 있지만 식물에게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물을 제때 주지 않은 것도, 원인 모를 환경적 스트레스도 녹보수에게 미안해졌다.




물주는 것에만 타이밍이 중요한게 아니다. 인생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별거 아닌 일도 어렵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랑도, 사과도, 기회도, 관계도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사랑의 타이밍은 주변의 경우에도 많이 보았다. 적당한 타이밍으로 기적이 일어나는 경험과 적당하지 않은 타이밍의 안타까움을. 사랑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에서의 타이밍도 너무 중요하다.


딸아이는 성향이 많이 내성적인 아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한다. infp. 인터넷에서 MBTI 검사를 해보더니 자신은 infp라고 했다. 엄마인 나는 딸아이의 특성을 알기에 학교에서 친구관계에 신경을 쓰곤 했다.


이사를 하고 전학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내성적인 성향과 태도는 새로운 학교생활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 학기, 아이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태도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상담 전화를 여러 번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가 교실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우려하던 일이었다. 상담사인 엄마가 딸아이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속상함과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기에 신경은 쓰이지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며 1년의 시간을 보냈다.


학년 마무리가 되어가던 며칠 전, 딸아이가 말했다.

자신은 이사를 원하지도 않았고 전학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오게 된 게 너무 속상했다고. 새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지만 친해질 타이밍을 놓쳤다고. 자신이 교실에 적응하고 나니 벌써 다른 애들은 끼리끼리 모임이 생겼고, 어디에 끼기가 애매해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중학교에 가게 되면 이런 똑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1년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러면서도 아침에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학교에 가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아이가 말했다.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 후회가 되었지만 오히려 더 용기내기가 어려워졌었다고. 마음에 맞을 것 같은 친구는 이미 다른 애랑 친해져 있었고, 그 사이에 낄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의 솔직한 고백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대견했다. 한편으로는 학기 중에는 엄마가 그렇게 물어보고 이야기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졸업할 때가 되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아이의 예민하고 소심한 성향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생님 중에 임상심리사 선생님이 정작 자기 아이의 늦은 발달을 눈치채지 못하고, 남의 아이들 검사만 할 줄 알았던 자신을 자책했던 일이 떠올랐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의 아이들 마음은 더 많이 이해하려고, 더 많이 다른 면을 보려고 노력했으면서 정작 내 아이의 마음은 표면 그대로만 보고, 그저 괜찮겠거니 외면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어져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했다.


그러나 아이는 경험으로 알았다고 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중학교에 가면 학기초에 친구 사귀는 것을 노력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아이를 믿고 응원해주기로 했다. 내성적인 아이가 갑자기 적극적이 되거나 외향적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아이가 경험으로 배운 것을 응원하며 조금 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일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고, 그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행운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생각보다 손실과 손해가 크기 때문에 관찰하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필요하다.


아끼던 녹보수 잎사귀가 너무 쉽게 똑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물을 주어야 하는 때임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나의 식물에 대한 공부 부족과 실수이다. 나의 아이는 예전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먼저 다가오면 마음을 열던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친구를 사귈 때 먼저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새해도 되었고 같은 중학교에 배정된 자신처럼 내향적인 친구에게 예비소집에 같이 가자고 먼저 문자를 넣어서 함께 다녀왔다고 했다. 학기초에 했어햐 하는 것을 이제서야 했지만 자신에게는 꽤나 큰 용기를 낸 것이고, 그것을 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했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 있다. 실수를 하지 않고 배우면 더 좋았겠지만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은 더 큰 공부가 된다. 식물에 물 주는 타이밍, 관계를 시작하는 타이밍, 좋은 기회를 잡을 타이밍. 그 적절한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해 나와 주변을 관찰하는 지혜와 눈치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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