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대답에 난 어리둥절했다. 엥?? 어떻게 자기 나이를 모를 수 있지? 나이를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로는 어른들은 띠나 생년으로 나이를 대신 말해주곤 했다. 그러면 나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나이를 계산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가끔 누군가 내게 나이를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순간 당황한다. 내가 올해 몇 살이 되었지? 언제부터인가 어릴 적 내 눈에 <자기 나이도 모르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이 바로 내가 된 것이다.
새해가 되었으니 벌써 45살이 되었다.
내가 생각한 45세는 <안정의 중년>이었다.
45살쯤 되면 많은 것이 이루어지고 안정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삶과 마음에 여유가 넘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사는 어른, 성숙하고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꿈꾸었었다.
이십 대 끝자락에 결혼을 했고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난 30 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별 거 아닌 일로 남편과 투닥거린다. 때론 초등생 아이들과 기싸움을 하기도 하고, 친정부모님과 언니들에게 투정 거리는 막내이다. 프리랜서 강사와 상담사라는 불안정한 직업으로 일을 하며 공부를 계속한다. 내가 20대 시절, 머릿속에 그렸던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여유가 넘치는 중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삶에서라면 난 가진 게 별로 없고, 이룬 것도 별로 없이 지금껏 뭐를 하며 이렇게 바쁘게 살았나 싶은 생각도 순간순간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은 불안정하고, 조금은 미숙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좀 더 나아지려고,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그저 응원을 하고 싶다.
해야 할 것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때로는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하고 보류하거나 포기한 것도 많았다. 새해마다 계획을 하고 이루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고 체크를 했다. 같은 목표가 몇 년째 걸려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아마 계획하고 목표한 그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출발선에서 조금씩 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얼마 가지 못한 채 아장아장 가고 있는 기분이다.
변명할 말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나를 위로하고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 공자님의 말씀을 빌려본다.멈추지 않는다면 천천히 가더라도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신선하게 들렸던 적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나이는 거저먹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 어린 분들에게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모델로 좀 더 철들고, 지혜롭고, 성숙하며, 넓어진 마음을 가진 괜찮은 어른의 모습으로 나이의 숫자를 하나하나 더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