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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미니멀 라이프

호의와 호구 사이에 내가 있었다.

by 마음꽃psy

40이 넘어가며 옷을 사거나 입을 때 망설이게 되는 때가 많다. 이 옷이 지금 내 나이에 맞는 건가?

'너무 어려 보일라고 애쓰는 아줌마 같아 보이지는 않을까? 무릎 위 올라가는 치마는 좀 그렇지?'

작년에 입을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다시 보니 자꾸 신경이 쓰인다. 살도 찌고, 한 살 더 나이가 드니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무리 제멋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고, 내 취향대로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옷을 입는 것이 뭔 상관이랴 싶다가도 옷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 사람을 말해주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나이가 들어가며 옷을 입을 때 드는 생각이 두 가지다.

나와 어울리는가? 나이에 맞는 옷차림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이와 자신에게 어울리고 옷차림도 중요하다. 가끔은 아이들을 불러놓고 때아닌 평가와 패션쇼를 할 때도 있다.

"엄마 이 옷 예전에 입던 건 데 어때?"

"엄마, 그건 좀 엄마 나이에 너무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뭐? 엄마 나이가 어때서?"

라고 반응은 하지만 나는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내 옷걸이에는 입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아끼는 옷들이 걸려있다.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버리지 못하고 있는 출연자들을 보면 아주 격하게 공감하기도 한다. 유행이 지났지만 아까워서, 다시 살을 빼서 언젠가 입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미니멀 라이프.

아니 미니멀까지는 아니라도 옷도 책도 물건도 쓰지 않는 것은 정리하는 것. 올해가 저물기 전에 해야 하는 일로 마음을 먹었다.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그 물건이 괜찮아 보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ㅜㅜ 정리 후에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필요 없고 쓸데없는 것을 빼내는 것은 물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나 인간관계에도 필요하다. 배려와 호의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인가 책임이 되어버다. 더 이상은 나의 호의와 배려가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이번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상대에게 내 의중을 전달했으나 받아여지지 않았다.


호의와 호구 사이, 그 어딘가에 내가 있었다. 배려와 호의로 시작된 일이 점점 호구 쪽에 가까워졌다. 군가 내게 말했다. "의외로 호구네.."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내가 좀만 더 피곤하면 되는데...라는 나의 생각이 몇 년간 나를 너무 힘들게 하였. 러나 확실하고 좀 더 단호하게 내 의견을 표현했을 때에야 상대에게 받아들여졌다.


집안이나 옷장에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차지하고 있으면 어떤 옷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제때 빨리 찾지 못한다. 내 마음 안에, 상황에도 너무 여러 가지로 복잡한 것이 자리 잡고 있. 끔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집에도, 마음에도, 관계에도 거리와 공간이 필요하다. 적당한 거리와 정리된 공간에 ''라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라는 중심이 바로 있을 때에야 비로소 나를 위한 감사와 지혜를 찾을 수가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들과 어려운 관계들이 나를 휘두르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심이 있는 사람은 휘둘리지 않고, 호구가 되지 않는다.


올해가 가기 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옷장에도 여유를 주어야겠다. 의는 호의로 끝내고, 누군가에게 호구가 되지 않도록 내 삶의 중심을 나에게 두기 위한 정리 작업도 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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