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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배려의 배신

배려와 양보가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by 마음꽃psy

벌써 10년도 넘었다. 시크릿가든이 방송된 지가.

주말 밤마다 나는 시크릿가든을 보기 위해 아이들을 최대한 일찍 재우려 애썼고, 안자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던 엄마였다. 판타지 안의 김주원(현빈 배우)에게 빠져있었고, 그가 말하는 한 땀 한 땀 장인의 추리닝을 보고, 그의 보조개를 보는 것이 내 현실세계 살림과 육아를 벗어나는 시간이었다.

그는 백화점 CEO이며, 싸가지 없는 말투로 툭하면 사람들에게 묻곤 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출처: 핀터레스트


인상이 참 좋으시고 어투도 느리고 듣기 좋은 말투를 가지신 분과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분은 평생 양보가 좋은 것인 줄만 알았다고.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배려인 줄 알고 살았다고 하셨다.


어느 날 운전을 하는데 자신은 타인을 위해 양보를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문득 자신 뒤에 있는 차들이 떠올랐다고. 내 앞의 차들만 보고 뒤에서 자신으로 인해 불편해하는 차들과 교통 흐름이 제때제때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팡' 하며 무엇인가 깨우쳐진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다.


50 평생 자신의 양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 줄만 알고 살았고, 운전 경력 20년 만에 자신의 양보 운전이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는 양보도 필요하지만 적절하게 치고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고, 잘 빠져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 이제와 서야 깨달았다면서 수줍게 웃으셨다.


그분은 아는 언니와 함께 사셨다. 언니의 배려로 생활비를 아낄 요량으로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함께 8개월을 사는 동안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언니와 함께 살며 힘들고 불편한 점에 대하여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고, 자신의 안에 불평불만이 쌓여만 갔다. 돈이 없어서 언니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급기야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 곤욕이 되어가고 있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상담이 진행되어 가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참고, 배려한다고 생각해던 자신의 모습이 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니에게 그동안 힘들었던 점과 불편했던 점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오히려 안에 있던 미움과 불평이 사라지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고, 그 언니도 조금씩 자신에 대하여 조심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말을 하면 상대도 달라질 수 있는데 말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원망하고 미워하고 착한 사람인 척 지냈던 자신은 과거에도 그렇게 지내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고 한다. 부모에게 남편에게 불평과 어려움을 이야기를 한 적 없고, 혼자 참고 견디는 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라고 착각했고, 자신 안에는 원망과 미움이 쌓여갔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양보와 배려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이 깨졌고,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지게 되어서 너무 가벼워졌다고 하셨다.


<양보와 배려>에 대해 우리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자란다. 양보와 배려는 분명히 아름다운 행동이고, 함께 사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내담자의 분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양보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정관념, 도덕관념이 있을 수도 있다.


가끔은 내가 하는 양보와 배려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행동일 때도 있다. 또 가끔은 나는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한 양보와 배려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과유불급이란 것에 대하여 떠올리게 된다. 양보와 배려 같은 훌륭한 덕목일지라도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는 조상님들의 세상에 대한 통찰을 볼 수 있게 하는 말이다.


양보와 배려는 분명 너무나 중요 생활의 덕목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받는 걱도, 베푸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누군가 양보와 배려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하고 묻는다면 나 또한 정말 최선일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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