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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Jan 26. 2022

'합격' 두 글자에 실리는 안도감

감사한 초심을 잃지 말자

합격 발표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오늘 3시 발표시간까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였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청소를 하고, 칼림바 연습을 조금 했다. 그래도 자꾸만 나의 시선은 시계로 갔다.

3시. 떨리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니'합격' 두 글자가 보였다. 아... 다행이다.


대학교 합격 발표를 기다릴 때도, 지금까지 수십 번의 면접을 보고 기다릴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합격을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모를 불합격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출퇴근 거리가 먼 회사도 다녀보았고, 페이가 좋은 조건의 회사도 다녀보았고, 또래 친구들과 기숙사를 마련해 주는 회사도 다녀보았고, 나를 간섭하지 않고 혼자서만 일하는 회사도 다녀보았고, 잠깐 혼자 사무실을 냈다가 문을 닫아보기도 했다. 대학 전공을 살려 일도 해봤고, 완전 비전공으로 처음부터 배워서 일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20년간 많은 이직과 전직을 하며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내게 가장 좋은 조건이란 좋아하는 일이고, 살림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유동성 있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동료 선생님들과의 수평적이고 따뜻한 관계, 출퇴근이 짧은 거리가 있는 지금 그곳이었다. 그렇기에 올해에도 꼭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나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함께 일했던 친한 선생님들도 다시 함께 일을 하게 되신 분도 계시고, 안타깝게 아쉬운 결과가 나온 분도 계시다. 몇 년간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매년 평가를 받고 면접을 보는 이런 긴장감을 자주 느끼고 싶지 않지만, 아쉬운 사람은 나니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처럼 아마 몇 년간 계속 나는 도전을 할 것이다.


지인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은

 "이제 면접관 자리에서 면접을 봐야 할 나이인데, 에구 아직도 우리 일이 그러네요."

하며 그냥 웃으신다. 그래도 감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공부하게 되었다.

며칠간 생각 속에 계획했던 플랜 B, 플랜 C는 언젠가는 준비하고 다시 시도를 해야겠다.


탈무드에 나온 말이 생각난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게 오는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오늘은 특히 더 감사한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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