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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만든 만두와 진로에 대한 생각

4차 산업혁명시대와 진로에 대한 생각

by 마음꽃psy

딸아이는 만들기 솜씨가 제법 야물다.

명절 음식을 하며 나는 주방에서 왔다 갔다 해야 할 잔일들을 해야 했기에 어머니와 남편, 딸, 아들이 만두를 만들었다. 아들과 딸이 만든 건 몇 개 안되지만 생각보다 예쁘게 만두를 만들었다. 특히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는 베이킹이나 요리 쪽에 관심도 많고 제법 솜씨도 좋다. 만두도 내가 만드는 것보다 모양이 더 예쁘다.

딸아이의 만두

요즘에는 김치볶음밥이나 떡볶이는 엄마보다 훨씬 맛있게 만든다. 부대찌개나 순두부찌개도 꽤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 먹었던 김치볶음밥은 시내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지인의 아들이 이번에 요리 전문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였기에 넌지시 딸에게도 물어보았다. 혹시 그쪽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지 관심이 있다고 하면 미리 정보도 수집하고 준비도 해 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중학생이 되면 입시전문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한 명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이제는 유치원 애기들만 있는 동네 미술학원 말고, 시내에 있는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 곳은 6시부터 10시까지 쭉 미술 관련 실기와 이론을 공부하고 중학생이 많다고 했다. 아직은 혼자 버스를 타는 걸 못하지만 몇 번 연습하고 노선을 알면 학원 갈 때는 혼자 가고, 집에 올 때는 10시니까 엄마가 데리러 오면 좋겠다고 한다. 친한 친구가 몇 년간 아들의 학원 하원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데리러 가는 것을 보고 '아... 저거 안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조만간 내가 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이 있을 때, 그리고 그 간극이 클 때 고민이 된다. 진로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공부하고 수용하며 아이들이 현명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가 미술을 좋아했기에 단지 내에 있는 미술학원에 보낸 지 이제 겨우 몇 개월이 지났다. 두어 번의 상담을 하며 미술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재능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내 귀에는 그저 예의상 하시는 말로만 들렸다. 솔직히 내 눈에 비친 아이의 그림 수준은 재능 수준이라 하기엔 성에 차지 않았다. 그저 손이 야문 여학생의 느낌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내 아이보다 훨씬 솜씨 좋은 아이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비교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요리 진로 쪽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지니 딸아이가 말한다.

"요즘 엄마 내 그림 본 적 없잖아. 전보다 내가 얼마큼 더 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한동안 관심을 갖다가 최근에는 딸아이가 그림을 잘 보여주지도 않았고, 미술학원도 억지로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베이킹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미술에 관심이 식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몰랐을 뿐 아이는 여전히 좋아하고 혼자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었나보다.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2007년도에 한국의 교육에 대하여 안타까워하며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사실상 우리의 교육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학생들은 성적 위주의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래도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는 대학의 문턱은 훨씬 낮아졌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평생교육의 문이 열려있다. 명문대와 지잡대라는 차별은 존재하지만, 개인이 가진 역량이 탁월하다면 예전처럼 학벌위주로만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나 또한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역량이 탁월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꾸준히 탐색하고, 조금씩이나마 성장을 위한 선택과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제대로 알지도, 보지도 못한 채 어쩌다 보니, 여러 가지에 떠밀려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이직을 하고, 퇴직을 하고, 전직을 하며 떠다녔다. 30대 후반 이후에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용기를 냈고, 지금의 어중간한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나도 그렇다. 내가 경험한 실수를 내 아이는 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부모의 잔소리와 충고가 많아진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내가 살아왔던 시대와 다를 것이고 앞으로 그 변화는 더 클 것이다. 전문가들은 4차 혁명시대 필요한 역량에 대하여 문제창조형, 창의적 융복합형, 관계중심형 인성역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출처: 핀터레스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경험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합성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새롭고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융합적 사고가 필수적 요소가 된다. 많이 경험해보아야 새롭고 다양한 것을 연결해보는 힘이 생길 것 아닌가?


나의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경험해보고,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해보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통을 잘하는 것이 엄마이자 어른인 나의 역할이다. 아이가 자신의 경험들과 생각들과 지식들이 잘 융합하여 어떤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나의 고착된 사고와 라떼의 경험으로 아이들의 새로운 생각을 재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자주 나를 점검해야겠다.


설날 아이가 만든 예쁜 만두를 먹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잘하는 것을 비교하지 않으며, 또한 원하는 것이 자꾸 바뀐다고 타박하지 말고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이 진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며칠전 만들었던 딸기생크림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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