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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Feb 08. 2022

최신곡의 기준

나에게 10년 정도면 최신곡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내에 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가까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 김동률님의 목소리를 진짜 오랜만에 들으며 기분이 좋아 한참을 90년대 말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노래들을 추억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느 고깃집에서 <빅뱅의 거짓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절 아는 부분 따라 부르고 있는데 친구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와~! 너 이런 최신곡도 알아?"

난 빵 터져서 길가에서 막 웃고 말았다.

"이게 무슨 최신곡이야 ㅎㅎㅎ 이거 나온지 10년도 넘었을 껄? 빅뱅의 거짓말 엄청 유명했던 잖아."

"난 하나도 몰라.  90년대 노래나 알지 ㅎㅎ"


친구는 친구들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고, 독실한 종교생활을 하고 있고, 아마 음주가무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노래방에 가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와는 커피나 밥을 먹은 적은 있지만 맥주 한잔도 함께 마셔본 적도 없다. 길가나 라디오에 이천년대 이전 노래가 나오면 마냥 반갑고 흥얼흥얼 따라부르게 되지만, 최신곡은 하나도 모르고 알아들을 수도 없다.




얼마전 아들이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노래라고 하면서 뭐라 웅얼웅얼 비슷한 노래를 부르기에 '아~! 이제 아들이 애기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이상했다. 동요만 아는 줄 알았더니 이제 나보다 더 어려운 노래를 알아듣고 가끔 따라부르기도 한다.


그 옛날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HOT의 현란하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소리를 지르는 듯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엄마는 정신이 사납다고 하셨다. 몇 번을 알려줘도 누가 누군지 구별도 못하는 엄마가 참 이상했다. 저렇게 다른 매력이 있는 가수들이 왜 다 똑같다고 하는지, 정신이 사납다표현했는지 나도 사십대중반이 되니 이제서야 엄마의 표현들이 이해가 된다.


그나마 bts노래는 많이 나왔고  들어봤으니 귀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가사를 알아듣기는 힘들고 따라부르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BTS멤버가 7명,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RM은 알지만 다른 멤버들은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지 못한다. 다들 너무 예쁘고 멋지지만 한명 한명을 구별하지 못한다. 걸그룹, 보이그룹 다들 인형같이 예쁘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들이 가끔 유투브에서 보고

"엄마 이 노래 좋지?"

하며 들려주는 쇼미더 머니에 나온 노래들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나도 아이들과 세대차이가 나기 시작하나보다.


가끔 유투브를 통해 찾아듣는 노래는 넥스트,  YB, 버즈, 가끔 bts, 가끔 드라마 ost 정도이다. 그나마 가장 최신곡 중에 가사를 아는 것은 <멜로가 체질>에 나온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로 시작하는 노래일 뿐이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10년쯤 지난 노래는 최신곡이다.




매주 <토토즐><가요톱10>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번 에는 어떤 노래가 1위를 할까? 이번 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올까? 두근거리며 텔레비전을 보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던 노래나 가수가 1위를 하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르고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외우기 위해 카세트 테잎을 몇번이고 돌려들으며 받아적던 노래들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사를 기억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세련되고 좋은 노래도 많고, 노래와 퍼포먼스를 잘하는 가수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감탄은 하지만 환호하지 않는다. 내 노래감성은 옛날 노래 스타일에 머물러있나보다. 약간은 슬프고, 약간은 신파적이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좋다.

나는 이제 세련되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 최신곡을 모르는 기성세대가 되어간다. 뭐 어쩌겠는가...그냥 나의 감성을 촉촉하게 해 주는 노래들을 찾아간다. 오래 전부터 서로 아는 편안한 친구처럼.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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