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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Feb 10. 2022

내 생의 최고의 볶음밥

딸의 레시피: 식은 치킨의 부활

며칠 전 ×치킨에서 시켜 먹었던 고추바사삭 치킨.

치킨은 구운 것보다 튀긴 것을 선호하지만 선물 받은 쿠폰으로 먹게 되었다. 1층 상가에 위치한 치킨집에 누가 가지러 갈 것인가를 두고 남편과  실랑이 하다가 나는 마음이 상했었다. 결국 삐친 채, 내가 가지고 왔고 평소보다 적게 먹다.  고추바사삭 치킨은 적당히 매우며 맛있었지만 세트로 온 시카고 피자와 함께 먹었기에 피자도 남고, 4 식구가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했다.


아까운 마음에 6~7조각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깜빡하고 있었는데 저녁 준비를 하던 내게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남은 치킨 먹어야 하지 않아요? 내가 볶음밥 할까?"

아.... 맞다. 내일은 템플스테이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오늘이 지나면 못 먹게 될 거 같았다.




온전히 아이에게 맡겼다. 2대의 대파를 썰다가 너무 매운지 몇 번이나 화장실을 가며 엄마가 파만 썰어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칼질이 어설픈 딸아이 앞에서 샤샤샥~!! 재빠르게 15년간 다져온 주부의 내공을 자랑하듯 파를 썰어주었다. 사실 손이 느린 편인데도 딸아이는

"와~! 엄마 벌써 다 썰었어~? "

하며 놀라는 척을 한다.


궁중팬에 다진 파를 넣고 포도씨유와 함께 한참을 볶더니 다진 마늘을 달라고 하여 마늘을 꺼내 주고는 식탁에 앉아 기다렸다. 파와 마늘을 볶는 냄새만으로도 너무 향긋하고 입맛을 다시게 했다.

오늘은 유튜브 레시피 참고 없이 해보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고 하며 뚝딱뚝딱한다. 이제 주방의 양념통이나 그릇, 재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척척 찾아서 한다.

"엄마~~! xx 어딨어? Xxx은 어딨어?"

하며 불러대지 않아 나도 많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뭐 하나 할라치면 엄마~! 를 수십 번도 더 불러댔기에 '차라리 내가 후딱 해 버리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20여분 후 아이는 완성한 볶음밥을 그릇에 예쁘게 담아낸다.


아이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니 별거 들어간 것은 없다고 했다. 별거 안 넣은 거 치고는 맛이 탁월했다. 요리에 감각이 있다.

식은 치킨 볶음밥 레시피 (3인분)
* 먹다 남은 치킨 몇 조각: 7조각 남았었음
* 대파 2대, 마늘 1큰술, 포도씨유 3큰술, 후추가루
* 간장 2큰술, 굴소스 1큰술, 설탕 1큰술, 공깃밥 2
* 마지막, 참기름, 통깨, 파슬리가루


누나의 볶음밥을 먹으며 동생은 연신 엄지 척을 해대며 아부를 했고, 나 또한 '맛있다~!!'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내가 먹어본 수많은 볶음밥 중에서 감히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라고 한껏 아이를 추켜세웠다. 엄마와 동생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게 보인다. ㅎㅎ

아이의 아이디어와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덕분에 식은 치킨 몇 조각으로 한 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딸의 레시피: 치킨볶음밥


아이가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하여 가끔은 나도 집에서 누군가 해주는 것을 받는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가 더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건 엄마와 딸에게 일석이조의 시간 된다. 언제까지 요리를 해 보며 즐거워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다.  딸아이가 이만큼 커서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 준다는 것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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