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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Mar 24. 2022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자기 스타일+정도=나만의 멋

요즘은 스키니 진을 입는 사람이 많지 않다. 몇 년간 스키니 진이 바지의 대세를 이루더니 요즘엔 다시 통이 넓고 편한 바지가 유행이다. 소녀시대가 가느댕댕하고 기다란 다리로 형형색색  스키니 진을 입고 춤을 추던 시절, 다들 입는 스키니 진을 나는 입고 싶지 않았다. 딱 달라붙어 체형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키니는 내 신체 콤플렉스를 드러내기 딱 좋은 옷이었다. 하지만 시내에 나가니 다들 스키니를 입고 있는데 부츠컷을 입고 있는 나 유행에 뒤쳐진 아줌마였다. 그런 기분이 싫어 청바지 파는 곳에 가서 나도 스키니 진을 사 입고 들어왔다. 그렇게 민망하다고 생각했지만 입다 보니 익숙해졌고 괜찮아 보였다.


유행은 돌고 돈다. 스키니진의 유행이 꽤 오래 가나 싶었는데 최근에는 20년 전 , ses가 입던 것 같은 통바지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요즘는 와이드 팬츠라고 한다. 나잇살이 쪄 스키니가 불편하고 숨도 못 쉬는 기분이 들었는데 통바지 시대가 다시 돌아왔구나 싶어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나도 유행하는 바지 정도는 입어야 하기에 통이 넓고 편안한 청바지 하나를 샀다. 헐렁하고 편안한 맛에 빠지니 불편한 다른 바지는 거의 입지 않게 되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생일 모임을 가졌다. 그래도 생일인데 예쁘게 원피스를 입고 나갈까 하다 춥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불편한 원피스 대신 그냥 편안하게 즐겨 입던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나갔다. 다른 친구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어 앉아서 일등으로 온 친구와 먼저 고기를 먹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뒤이어 다른 친구들이 예쁘게 원피스를 차려 입고 왔다. 우린 여느 때처럼 고기를 먹었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소주를 마신 친구가 덥다고 창문을 열자고 한다. 창가 옆에 앉았던 내가 일어나 창문을 열고 앉는데 한 친구가 말한다.


"야~ 너 뭐야~? 그런 청바지 입지 마. 너랑 너무 안 어울리잖아!"

우리 중에 가장 키가 크고 늘씬한 친구가 내게 말한다.

"왜? 요새 이런 통바지 유행이잖아. 나도 하나 입는데 뭐 어뗘?"

"아냐~아무리 유행이라도 넌 입지 마. 아닌 거 같아. 너랑 너~~ 무 안 어울려. 키가 너무 작아 보이잖아. 차라리 그냥 스키니를 입어. 아니 그냥 원피스만 입고 다녀"

"나 키 작은 거 맞잖아. 스키니보다 이게 낫지 않아?"

다른 친구들에게 동의를 구하고자 나는 옆에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소영이는 바지보다 치마를 입는 게 이쁘지"


나름대로 옷을 좋아하지만 약간 독특한 취향 덕분에 전에는 패션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너무 튀는 색이나 현란한 무늬, 복고풍 패션 등을 좋아했으나 요즘엔 많이 톤다운되어 많이 차분져서 전보다는 지적을 덜 받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패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지적이 기분을 망치지는 않는다.



모델로 데뷔했지만 분위기가 멋진 배우가 된 소지섭 님을 좋아한다. 몇 년 전 그가 사진과 에세이로 '소지섭의 길'이라는 에세이집을 낸 적이 있다. 그의 오랜 팬인 나는 그가 찍은 사진과 그가 찍힌 사진들, 그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느낌과 생각을 정리한 그 책을 가끔 들추어본다. 그 중에서 최명욱 패션 디자이너와 대화한 내용이 있다.


옷을 잘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지섭 씨가 묻는다.

"중요한 건 자기 스타일을 얻을 때까지 입어보는 거죠. 어울린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울을 보고 나 자신이 좋아 보이면 그게 바로 멋있는 거지. 과하거나 부족하다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자꾸 덧붙이다 보면 너무 인위적인 맛이 나요. '정도'를 지키면 나만의 멋이 나오겠죠."

자기 스타일을 얻을 때까지 입어보고, 정도를 지키면 나만의 멋이 나온다고 최명욱 디자이너는 말한다.

내게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임부복을 입기 시작해서야 알았다. 작은 키, 오리 엉덩이, 긴 허리, 짧지만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내 체형을 보완하기에 원피스가 최적인 옷임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 후로 나는 청바지 대신 원피스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디자인이나 문양이 과한 옷도 있었고,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로 멋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명욱 디자이너의 말처럼 정도를 지키며 나를 더 멋지고 예쁘게 보여주고 만드는 옷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옷장에 걸려있는 화사한 봄옷을 꺼내는 설레는 시기가 돌아왔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어려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유행을 너무 모르는 아줌마처럼 보이는 것은 싫다. 스키니진이든 와이드 팬츠이든 부츠컷이든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알고 입는 것이다. 다음 달에는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친구 모임에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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