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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May 01. 2022

내 딸이 '찐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충격이고 화가 나지만 객관화가 필요한 순간

아무리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첫 번째 그릇은 외모이다. 그렇기에 외모관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함부로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엊그제 밤늦게 미술학원에 다녀오며 함께 집으로 오던 딸이 말한다.

"엄마, 나 찐따라는 말을 들은 거 같아"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화가 올라왔다.

"뭐? 누가 그런 소릴해? 너한테 그런 거 맞아? 걔 누군데?"

"누군지 몰라. 길에서 내가 지나가는데 '쟤, 좀 찐다 같다'하면서 옆에 애한테 말했어. 나한테 그런 건지 확실하지는 않아. 근데 나한테 그런 거 같아서 기분 나빠."

확실하지는 않다기에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니 약간의 안도감은 들면서 뭔가 짚어봐야 할 것 같았다.

"너한테 그런 게 확실하지 않은데 왜 네가 기분이 나쁠까?"

"몰라!!"

"엄마는 알 거 같아. 혹시 니 안에서 너도 인정하고 있고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엄마는 걔네들이 너한테 말한 거 맞는 거 같기도 해. 엄마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뭐야? 엄마도 내가 찐따 같단 소리야? 왜 인정해?"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엄마가 왜 아침마다 니 머리 갖고 잔소리하는 줄 알아? 특히, 머리가 단정하지 않으면 그 사람 전체가 별로로  보여. 너 머리는 다 뻣었지, 앞머리도 단정하지 않아서 눈을 찌를 것처럼 보이지, 가슴 펴지 않고 움리고 걷는 모습 보면 다른 애들 눈에 찐따로 보일 수도 있어!"

나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하고 싶었던 가시 같은 말을 쏟아냈다. 여린 딸아이가 상처를 받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밤에 머리를 감고 자는 딸아이는 아침이면 머리가 엉망이 다. 작고 마른 데다 예쁘장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외모에 너무 관심이 없어 답답했다. 아침마다 머리 예쁘게 빗어라, 아니면 묶고 다녀라, 앞머리 좀 자르든가, 핀으로 꽂아라 등 수없이 잔소리를 하며 몇 번의 마찰을 빚었다. 그러다 서로 마음 상한 일이 여러 이었고, 그렇게 속상한 채로 하루를 시작하느니 차라리 그냥 스스로 느낄 때까지 지켜보기로 한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러다 드디어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다.


"엄마, 내가 진짜 찐따 같아?"

"아니, 넌 찐따가 아니야. 하지만 너랑 대화해 보지 않고, 그냥 너의 보이는 모습만 보면 애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 특히  또래 아이들은 이제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야. 외모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도 해. 특히 머리는 옷보다도 그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고. 엄마가 왜 아침마다 머리 갖고 자꾸 이야기하는지 좀 알겠어?"

"알았어."

"엄마도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자존심 상해. 찐따 내 딸아."

"엄마~!!!! 나 찐따 아니라고~!!!!"


약간의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고, 조금 후 딸아이는 화장실에 가서 혼자 앞머리를 자르고 나왔다. 아까보단 짧아졌지만 여전히 내 마음에는 안 들고, 자르기 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더 자르라고 해도 듣지 않으니 일단 조금 예뻐졌다고 말했다. 엄마가 말하면 마냥 듣기 싫던 잔소리였지만 또래 누군가에게 들었던 <찐따>라는 소리가  꽤나 충격이긴 했나 보다. 그렇게 자르라고~미용실에 가자고 말해도 듣지 않더니 혼자 앞머리를 자른 걸 보면 기분이 에지간히 나빴나 보다. 


물론, 누군가를 외모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찐따라고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대한 훈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가 들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비속어로 말을 한 알 수 없는 꼬맹이 여학생들을 나무라고 싶은 마음 없다. 그래도 누군가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내 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의 딸이 상처를 받을지언정 한 번 자각할 기회는 된 것 같다.


딸에게 말했다. 당당한 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단정한 머리, 당당한 발걸음도 멋진 내가 되는 방법이라고. 그리고 행여나 다시 그런 말을 누군가 자신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용기 내어 말하라고 했다.

"너 뭐라고 했어? 찐따 아니야. 그리고  다른 사람 뒤에서 그런 표현 하지 마."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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