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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Apr 26. 2022

공부에 너무 해맑은 초5 아들

어이없지만, 아직은 그냥 두고 싶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아들이 말한다.

"엄마, 내가 특별한 안내장을 받았어. 우리 반에 몇 명만 받은 거야~!"

특별한 이라는 말에 나는 기대에 차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 그래? 뭔데 뭔데~??"


나는 안내장을 보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

"이게 뭐야~? 너 공부 못해서 나머지 공부해야 하니까 부모님의 협조를 구한다는 거잖아~!!"

"나 근데 이거 안 하고 싶어. 사실 나 안 해도 되는데 억울하게 된 거야."

아들의 당돌함과 당당함에 어이가 없었다.

"뭐가 억울해? 네가 지난번  무슨 시험 같은 거 많이 틀렸나 보네."


아들의 말을 들어보고 난 기가 막히면서도  빵 터져 웃음이 나고 말았다. 누나가 코로나 걸리고 자가 격리하던 때, 아들도 함께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하필이면 그때 기초학력평가를 하던 때였나 보다. 아들은 혼자 방에서 온라인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니 너무 풀기도 싫고, 하기도 싫어서 문제를 읽지도 않고 아무거나 찍어서 완료를 했다고 했다. 


교실에서 했다면 아마 평타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집에서 혼자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 같으니 남아서 학습지도는 안 받아도 될 거 같다는 자체 분석과 판단을 다 마쳤다. 하지만 나는 협조문에 동그라미를 치고 사인을 진하게 하며 아들에게 말했다.


"승돌~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해. 네가 대충 했든, 열심히 했든 이런 결과가 나왔어.  결과를 보면 니 점수는 기초학력 부진이라 일주일에 한 시간쯤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판단하신 거야. 일단 엄마는 감사한 마음으로 사인을 했어. 아무렇게나 대충 한 결과들은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만들기도 하는 거야."


나는 내심 감사했다. 학교 마치자마자 벌써 얼굴이 새까맣게 돌아다니고 놀기만 하는 녀석인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몇몇 찬구들과 선생님과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오면 더 좋을 것 같으니까 선생님께 감사했다.




오늘 첫 나머지 공부를 하고 왔다고 한다. 오늘은 영어공부를 했는데 100점을 맞았다고 한다. 담임선생님께서 그렇지 않아도 지난 기초평가점수가 너무 의아해서 계속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궁금하여 아들에게 몇 점이기에 그런지 물어보니 25문제였는데 1개를 맞아 4점을 맞았다고 했다. 선생님께도 지난번 풀기 싫어서 아무거나 찍고 놀았다고 말씀드리니 선생님도 그냥 웃으셨다고 한다. 나도 너무 웃겨서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내리 아무거나 찍어도 20점은 맞을 텐데 답만 피해 가는 찍기 실력이 너무 대단하다고 놀려주었다.


그리고 또 무슨 학습지 하나를 보여준다. 이거는 자신만 받은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문제집을 보다 아들의 문제 풀이 과정을 보고 또 빵 터진다. 나에게 이런 어이없는 웃음을 주는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요즘 사회시간에 행정구역에 대해 배우나 보다. 풀이 과정에

'내가 세어보았다'라니.... 풀이과정에는 오답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알려주니 자신이 직접 세어보니 1번이 정답이라서 그렇게 썼다고 한다. 뭐 그 말이 맞으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른 문제들 풀이 과정을 보니 '개념 정리를 보고했다, 앞에 문제랑 비슷하다'  등 자신이  문제를 어떻게 푼 것에 대한 것을 써 놓았다.  


풀이 과정에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알려주니 그래도 자기는 양호한 편이라 한다. 다른 친구들은

'아무거나 찍었다', '그냥 3번인 거 같다'등 쓴다고 하여 또 나를 배꼽 잡게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직 내 눈에는 애기처럼 보인다. 통통한 볼살이 귀엽고 아직은 4점을 맞아도 나머지 공부를 해도 재미있다.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그때도 이렇게 성적이 낮은 점수일지라도 내가 마냥 귀엽고 재밌다고 웃음이 나올까? 그냥 아직은 해맑게 뛰어놀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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