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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Aug 05. 2022

남편이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고생했던 그를 응원해야 한다

2022년 8월이 시작되었다. 바쁘게 보내고 싶었던 올 한 해는 몸보다 마음만 분주하고 어지러운 일이 생기는 기분이다. 계속 붕 떠 있는 듯한 나와 일상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정리가 필요해... 머릿속은 계속 내게 말을 하는데 내 몸은 그 말을 잘 듣지 않고 있다.


남편이 18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지 그 마음을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처음 남편이 사직서를 내겠다고 말을 했을 때, 나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다. 정년까지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무원이었다. 아직은 사직서 수리가 되지 않았으니 아직까진 공무원이다. 곧 전직 공무원이 될 것이다.

대학시절의 나는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공무원 하고는 연애도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일은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 남자가 결혼 직전 예상치 않았던 공무원이 되었다. 대학원까지 공부한 전공을 살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의 가치관을 존경했다.


사업하는 친구들처럼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그는 종종 뉴스에 나왔고, 지인이나 친구들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캡처를 하거나 영상을 보내주곤 했다. 부모님은 그런 아들을, 사위를 자랑스러워하곤 했다.


진로상담을 하는 나는 강의나 상담 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요즘 세상은 한 직장에서 몇십 년을 다니는 세상이 아니라고. 한 가지 일을 평생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그러나 막상 남편이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라 불리는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아... 그래도 그냥 좀 더 다니지...

그가 한순간의 욱하는 감정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인가? 그렇기에 나는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 걱정 많으신 어머니에게 먼저 걱정하지 마시라, 아비를 믿으시라, 더 잘 맞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이라 안심시켜 드렸다.


휴가지에서 오랜만에 둘이 술을 마시며 그에게 이야기했다. 잘했다고, 고맙다고, 그동안 열심히 사느라 고생 많았다고, 당신을 지지한다고.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웠다.

나는 일하기 싫을 때마다, 다니기 싫을 때마다, 욱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주저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결혼 전에는 책임감으로 빨리 다른 곳을 취업해야 했지만, 결혼 후에는 좀 더 여유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언덕일지라도 그는 내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들 가슴속에, 컴퓨터 파일 속에 사직서 한 장씩은 숨겨두고 다니는 거 아닌가... 한 직장을 십몇 년 아니 몇십 년을 다니며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인내심과 책임감, 성실함의 지수가 얼마나 높은 사람들인가 새삼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사직서 수리가 되면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이야기하기에 난 눈을 부라리며 혼자는 안된다고 했더니 제주도에 가서 며칠을 보내고 오겠다고 하여 타협을 했다. 사직서를 내며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 해왔을 그라는 것을 알기에 아마 아쉬움이 더 클 것이지만, 나는 내가 다 시원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내 남편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모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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