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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08. 2022

난 어느새 엄마를 닮아 있었다.

거실에 앉아 새로 산 블라우스에 단추를 좀 더 탄탄히 고정하고 있었다. '손재주가 없는 나'지만 그나마 간단한 바느질은 할 줄 알기에 단추는 늘 탄탄히 고정해서 옷을 입곤 했다. 나를 본 아들이  자주 입는 편한 까만 바지를 들고 나온다. 넘어져서 찢어졌다며 입고 다니기 좀 그렇단다.

"뭐~ 어때? 일부러 찢어서도 입고 다니는 시대인데 그냥 입고 다니지?"

얼마 입지 않은 바지가 아까워 난 그냥 입으라고 했다.


하지만 은근히 옷에 대한 고집이 있는 아이는 찢어진 옷은 스타일이 안나는 거라며 입기 싫다고 한다. 서서히 야금야금 살이 찐 요즘  작아져서 도저히 입기 어려워 버리려고 둔 스키니청바지가 옆에 있었다. 나는 청바지의 아래단을 과감히 잘라 아들의 검정 바지에 덧대어 기웠다.


바느질을 다 하고 보니 청색 진이 조금 튀긴 하지만

내 눈에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아들을 불러 완성된 바지를 보여주며

"짜잔!!! 블루진 패치로 완성된 바지!!! 어때? 멋지지? 엄마 바느질 잘하지 않니? ㅎㅎ"

청색이 너무 튀긴 하다ㅠㅠ

난 아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작은 목소리로

"멋져..... 그런데 엄마, 나는 밖에는 못 입고 나갈 거 같아. 내 스타일이 아니야."

"왜에~? 요샌 일부러 이렇게 디자인된 바지도 많이 팔아. 이런 거 입는 게 진정한 패셔니스타지!"

난 한껏 오버하지만 아들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냥 나에게 슬그머니 밀어 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바지는 버리지 못하고 결국 내가 입고 다. 하지만 나도 외출용이 아닌 집에서만 입는 용이다. 고무줄이 잘 늘어나고 가볍고 편안해서 홈웨어로 입기에 괜찮았다.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예전에 난 엄마가 우리가 입던 옷이나 양말을 입는 게 싫었다. 유행이 지나거나 낡아서, 혹은 작아져서 버리려고 하면 엄마는 버리지 말고 모아두라 했다.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었고, 버리려고 둔  옷은 오래된 미싱을 이용해서 엄마 나름대로 수선해서 입곤 했다. 난 엄마에게 그렇게 양말을 기워 신어도 부자 되는 것도 아니고,  눈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고 하며, 또 번거롭고 없어 보이게 그런 행동을 하는 엄마가 이상했다. 그리고 버리지 못하는 엄마가 못마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엄마를 내가 닮아 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보다 더 커가며 작아진 옷이나 운동화는 적당히 낡아서 누굴 물려주기도 애매하다. 그것들은 결국 내 차지가 된다. 버리기엔 아깝고 내 나이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냥 어거지로 집에서, 혹은 동네용으로 입었다. 게다가 이젠 바느질로 한땀힌땀 기운 바지까지 입으며 버리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거 기워입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버리지 못하는 아줌마가 되고 있다. 우리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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