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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원피스를 입었다

원피스가 주는 장점으로 쇼핑을 변명하다

by 마음꽃psy

10월 중순 며칠은 곧 겨울이 올 것처럼 춥더니 이번 주는 또 괜찮다. 일교차가 큰 날에는 옷을 고르는 게 신중하다. 너무 곰처럼 덥게 입지 않아야 하고, 행여나 추워져서 달달 떨게 되면 더 곤란하다.


옷걸이를 보니 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는 글렀구나 싶어 진다. 몇 번 정리를 해볼까 시도를 해 보았으나 막상 정리를 하려고 하면 옷과 관련된 나만의 추억, 나만의 사정, 그 옷을 살 때 설레던 내 마음, 좋아하는 디자인, 색상, 무늬 들 여러 이유로 다시 옷걸이에 걸려 제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사진출처: pixabay

나는 원피스를 좋아한다.

옷걸이를 보니 원피스가 정말 많기는 하다. 세어보지는 않았다.

정리정돈이 안되어 있는 상태를 싫어하고, 너저분한 걸 싫어하는 남편이 그래도 내 옷에 아무 소리를 하지 않아 주니 감사하다. 또한 아내가 원피스를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는 건지, 포기한 건지 모르겠으나 옷에 대해서 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끔 눈여겨보던 원피스가 세일을 하면 나는 이에 놓칠세라 주문을 하고 남편이 오기 전에 박스를 폐기한다. 리고는 예전부터 걸려있던 옷인 양 옷걸이 사이에 걸어둔다.


때론 새 옷을 입은 나를 보고는 남편이 한마디 한다.

"어? 못 보던 건데?"

"못 보긴 뭘~ 언제부터 걸려있던 건데... 전부터 있던 거야."

하며 얼버부리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인지, 모르면서 넘어가는 것인지 어느 편이라도 남편에게 고맙다.


마음에 들면 같은 디자인에 색을 다르게 사는 경우도 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또 보면 나름 취향이 있으니 계절별로 비슷한 디자인이 많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경우 사이즈에 대한 못 미더움으로 눈에 보기에 예뻐도 함부로 옷의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 자주 입는 브랜드를 사야 굳이 입어보지 않아도 실패가 없다. 그래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옷이 대부분이다. 예쁜 원피스를 보면 무의식으로부터 유난히 강한 소비욕구가 올라왔다.

"저건 내게 아주 잘 어울리겠어."


그렇다고 비싼 것을 사지는 않는다.

계절이 끝나갈 무렵에는 세일을 많이 하고, 내 꽃무늬 취향 덕에 마지막까지 팔리지 않거나, 사이즈가 작아 남아 있는 옷을 아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운이 좋은 때는 몇 년 전에 너무 갖고 싶던 제품을 3~4년 후 온라인에서 80% 할인된 가격으로 돈을 쓰며 돈을 번다는 착각으로 행복하게 나의 소비에 합리성과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어리석게도.


오늘도 나는, 원피스를 입었다.

편안해 보이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의 데님 원피스는 올봄에 샀는데, 봄, 가을 요긴하게 잘 입고 있다.

패션센스가 별로 없고, 키가 작은 나는 내 외모적 보완을 위한 패션으로 원피스가 최적이라 생각했다.


원피스는 마법 같은 옷이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으면 내가 키가 커 보인다고 착각하며 자기만족이 되곤 한다. 때론 금손 친구가 찍어주는 사진에 비친 내 모습은 154가 아니라 164처럼 보이는 마법에 감탄도 한다.


이런저런 장점을 찾고, 핑계를 대며 나는 원피스가 아주 효율적인 옷이라 주장한다.

★원피스의 장점★
1.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갖춰 입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2. 상하의 색상, 디자인, 코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3. 옷을 입을 때 시간 절약과 생각 에너지 절약을 하게 해 준다.
4. 여름엔 늘 시원하고 편안하다.
5. 스타킹을 신지 않아도 되는 4월~10월에 입는 원피스가 가장 좋다.


'옷을 위한 소비'를 하지 말자고 올해 초 결심을 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쓴다. 좋아하는 것을 사기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열심히 일한 내게 이 정도 소비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나는 소심하고 비겁한 자기변명을 해 본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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