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

"괜찮아요. 저도 유부남이에요" 이런 미친 x

by 마음꽃psy

"저기요~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


39살 때이었나?

오랜만에 친구 모임을 대학가에서 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번 중학교 동창 몇몇이 모임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된 때였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간단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방에 가서 노래 몇 곡 부르며 육아와 가사, 직장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모임은 바쁘고 힘들게 지내는 우리들의 작은 일탈이었다.


그해 11월 초 모임이었나 보다.

젊은 친구들도 보고, 대학가는 물가도 싸니 오랜만에 대학가에서 모이기로 하여, 나는 다른 모임 때보다 좀 더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그래도 너무 아줌마처럼 보이기는 싫었나 보다. 내가 가진 재킷 중에 화려한 해바라기 무늬가 있는 노란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볼에다가는 살짝꿍 발가스레 볼터치도 하며 화장을 하고 한껏 멋을 냈다. 마무리로는 하이힐로 무장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비슷한 해바라기 옷 <출처: 핀터레스트>

거의 십몇 년 만에 와 본 대학 근처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으나, 내가 대학 다닐 때 자주 갔었던 상호는 거의 없었다. '어디가 어디인~~ 가?' 촌놈 서울 구경하듯 두리번두리번 간판들을 찾고 있을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나를 부르는 건지 몰랐는데 한 번 더 부른다.

"저기요~, 혹시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나보다 앳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설마???' 하며 주변을 보니 나 말고 사람이 없다. 내게 하는 말이 맞다.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설마, 나를 대학생으로 본 건가? 후훗'

살짝 흐뭇한 생각에 놀라 쳐다보니 그가 이어서 말을 한다.

"좀 전부터 따라왔는데 그쪽을 좀 알고 싶어서요.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 눈

'아직 나 괜찮은가? 그래,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ㅎㅎ'

하는 생각이 며 웃으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죄송해요. 저 아줌마예요. 애기가 있는"

그리고 그쪽 대답을 듣고 하마터면 난 오랜만에

'이런 미친 ×' 하며 마음속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괜찮아요. 저도 유부남이에요"

이러는 게 아닌가?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아니 뭐 이런 미친 × 이 다 있나' 싶다가 순간 겁이 났다.

"얼른 약속 장소로 가야 해요"

하고는 짧은 다리로 종종,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재빨리 사람들 많은 곳으로 섞여 들었다. 혹시나 그 사람이 따라올까 봐 무서운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약속 장소에 들어가 친구들에게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난리가 났다. 손뼉 치며 웃고, 어이없고, 아직도 연락처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구나 놀라워했다. 친구들은 나를 놀리며 부러워하며 그날의 안주거리는 그 알 수 없는 미친 유부남으로 시작해서 중년으로 접어드는 부부 사이의 여러 갈등과 이야기들로 마무리가 되었다. 날의 에피소드는 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어이없는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당신 아내가 밖에 나가면 괜찮은 여자로 보인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여보, 아까 학교 근처에서 어떤 남자가 나한테 연락처를 물어보더라~"

했더니 남편이 무심하게 한마디만 한다.

"어떤 미친 놈이여~?"

난 뒷말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지? 그놈 미친 유부남인 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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