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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30. 2021

단점은 장점의 뒷모습이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목소리에도 인상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기억할 때 외모를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 또한 굉장한 첫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목소리 사회생활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기에 목소리 코칭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도 있다.


"상담사 선생님 목소리가 왜 이렇게 밝아요?"

작년 코로나로 인해 전화 상담을 진행하던 간, 어떤 젊은 남자 내담자가 통화 중에 뜬금없이 말하기에 난 뜨끔했다. 당시 나의 내담자들은 모두 실업상태이거나 구직 상태이신 분들로 에너지가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게다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화로만 상담을 진행했기에 더욱 내담자에게 집중해야 했고 말투나 목소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내담자가 묻는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밝으냐고....

난 순간 얼어붙었다. 내담자의 마음 상태를 읽지 못하고 내가 혼자 목소리가 떠있어서 내담자 분이 마음이 상한 것은 아니었을까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혹시....제 목소리 때문에 좀 거슬리셨나요?"

"아뇨~ 상담사들은 무겁고 점잖기만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목소리가 밝아서 이야기하기 편해서요"

안도감이 일었다. 아... 다행이다.




난 목소리에 약간 콤플렉스가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톤이 높고, 웃음소리가 특이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가끔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내 옆자리 친구는 '귀에서 피날 거 '고 표현하며 나를 놀리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는 8반이었던 나에게 3반 친구가 와서

"니 웃음소리 우리 반까지 들리더라. 시끄럽게~!"

하고는 가버리기도 했다. 대학 때는 도서관 근처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으면 선배나 친구들에게 문자나 전화가 오기도 했다. 4층 열람실까지 목소리 들리니 조용히 이야기하라는...


목소리가 너무 카랑카랑솔톤이다, 멀리서도 니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들린다 등 목소리에 관한 여러 가지 피드백들을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듣고 지냈다. 목소리로 인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몇 번 들으니 내 목소리가 그렇게 별로이고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걸까 하는 심리적 위축감이 들기도 했다.




상담사라는 직업은 목소리도 중요하다. 다양한 심리적 고민들로 찾아오는 분들이기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신뢰 로운 모습과 어투를 갖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30대에는 화려한 옷을 좋아하고, 톤이 높은 목소리와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상담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 상담에 더 어울리니 그쪽 분야로 전문화하는 게 어떻냐는 조언들도 많이 들었다.


상담사라는 직업에 어울리도록, 더 신뢰감 있는 모습을 위해 옷 입는 스타일도 바꾸었고, 헤어스타일도 바꾸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목소리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에 천천히 말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연습도 했다. 하지만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원래의 내 모습이 나와지는 것까지 바꾸기는 어려웠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편안한 자리나 상황에서는 원래의 내 모습이 나와버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단점은 장점의 뒷모습이었다. 나의 오랜 콤플렉스였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힘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칭찬을 들으니 40여 년 동안 늘 별로라고 생각했던 내 목소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예전에는 너무 이상하고 듣기 힘들었는데 나의 목소리를 좋아하니 내 목소리를 들으며 발음이나 속도를 점검하고 좀 더 신뢰감을 주고 괜찮은 목소리를 내는 법을 찾게 되었다.


“장점과 단점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어떤 사람의 개성은 누군가에게는 단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동전의 양면이라 표현한다. 영어로 동전은 coin이다. coin이라는 단어에는 안을 뜻하는 in이 숨어있다. 잘 보아야 coin 안의 in이 보이듯, 때로는 보이는 면보다 안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단점 잘 들여다보면 다른 것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시민 작가는 “장점과 단점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어떤 사람의 개성은 누군가에게는 단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내가 내 목소리를 좋아하고 나니, 상담이나 강의를 하는 데에도 좀 더 자신감 있게 하게 되었다. 자신 없게 발표를 끝낸 수업에서 어떤 선생님이 나의 목소리가 아나운서처럼 전달력이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칭찬보다 나는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기분이 들어 그 말을 들었던 날 주책맞게도 눈물이 났다. 내가 목소리 때문에 신경 쓰고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았었나 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아주 얇은 비닐봉지에도 양면이 있다. 누구나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알바트로스는 날개가 너무 길어 걷는 모습이 뒤뚱거려 '바보새'라고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거친 폭퐁우 속에서 비상하며 커다란 날개로 지구 두 바퀴를 돌 수 있는 힘이 있는 새이다. 커다란 날개는 걸을 때는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럽지만 하늘에서는 멋진 힘이 된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개성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장점이나 단점으로 평가된다. 나의 단점 또한 개성으로 바라보고 수용한다면 알바트로스처럼 내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 잘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내 목소리를 좀 더 일찍 내가 개성으로 수용하고 좋아할걸 그랬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가 가진 단점의  안(in) 쪽을 더 잘 들여다보며 개성으로 바라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알바트로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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