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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06. 2021

필체 좋은 사람에게 반한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희한하게 필체가 좋은 사람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보게 된다. 릴 적에는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한번 더 돌아보았다면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의 필체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도 있고, 지식인이나 유명인 분들 중에도 알아보기 힘든 필체를 쓰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필체가 멋진 사람'은 내게 '기타 치며 노래하는 사람'만큼이나 선망과 로망의 대상이다.


대학 때 동아리 방에는 낙서 노트가 있었다. 아무나 일기처럼 아무 글을 쓰거나 동아리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거나 낙서를 하거나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고백하고 싶은 대상에게 하지 못한 쓸쓸한 고백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옹호도 했다. 다양한 글의 내용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름 없는 글 속에서

'이건 누구의 글씨체일까?'

를 상상하는 것도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낙서장을 자주 접하고 롤링이퍼를 돌려본 후에는 필체를 알게 되어 추리하는 그 설렘과 즐거움이 사라져  아쉽기도 했다.




필체에 관심이 있던 중에 재미난 책을 발견했다. 예쁘고 멋진 손글씨를 연습할까 하여 필사 책을 고르던 중에 제목에 이끌렸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국내 최고의 필적 학자 구본진 님의 책이다. 표지에 쓰여있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글씨에는 뇌의 흔적이 담겨있다> 공부 잘하는 글씨, 일 잘하는 글씨, 합격하는 글씨, 존경받는 글씨, 큰 부자가 되는 글씨, 리더가 되는 글씨, 신뢰를 얻는 글씨... 

그런 사람들의 글씨를 따라 쓰기만 해도 되는 거야? 하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필체를 연구하며 글씨체를 보면 성격, 성장과정, 취향, 질병 빈부가 집약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 방법 중에서 글씨 연습만 한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쉬우며 정밀하고, 효과적이라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수양의 도구로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적학은 글씨를 쓸 때 뇌에서 손과 팔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서 선, 굴곡, 점 등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를 반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필적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에서 글씨와 성품, 사람의 내면, 무의식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는 워낙 오랫동안 검사로 활동하며 필적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하고, 또한 필적학자로서 많은 문헌을 조사한 데이터로 차별성이 눈에 보였나 보다. 책에는 다양한(유명한) 사람들의 필체가 나온다. 나는 사실 필체로 대범함, 존경받는 필체, 성공의 필체, 합격의 필체 이런 예시가 나오는데 음..... 잘 모르겠다. 예로 이완용의 글씨에는 기교가 많지만 절제나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변절자 최남선의 글씨는 크고 호쾌한데 멋을 많이 부리고 과시욕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잘 쓴 글씨로만 보이니 잘 모르겠다. 내겐 그저 까막눈처럼 까만 건 글씨요, 흰 건 종이요 하는 격이다.

 

이 책에

1부에는 3000년 내공이 담긴 '최고의 나를 만드는 법'으로 글씨와 성격에 대한 이야기,

2부에는 글씨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 운명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내용으로 다양한 글씨에 대하여 분석한다. 3부에는 쓰기만 해도 이루어지는 손글씨의 마법으로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공부를 잘하기 위한, 성공하기 위한, 합격하기 위한, 인정받기 위한... 등등 원하는 것에 대한 글씨 연습법이 나온다.

4부에는 인품을 쌓고 싶으면 인격자의 필체를 써라는 주제로 우리가 알만한 위인이나 유명인 분들의 필체를 보여준다.

5부에는 이름을 남기는 글씨는 따로 있다 하여 매국노, 역대 대통령, 예술가들, 유명 스타들의 서명으로 욕망을 분석하기도 한다.


다양한 내용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필체가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나는 필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고, 기호나 성향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글씨 연습을 통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하니 좀 더 멋진 필체를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을 도전해보기로 한다.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저자가 제안하는 글씨 연습법은 다음과 같다.

하루에 20분 이상 매일 연습하라

줄 없는 종이에 연습하라

평소에 쓰는 필기구를 이용하라

자신의 이름부터 시작하라

좋아하는 문장이나 글을 써라

하루도 빠짐없이 40일 이상 연습해라

미리 써둔 것을 보고 베끼지 마라

천천히 써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려고 하지 마라




20여년전 동아리방 낙서장의 필체 중 내 마음에 드는 필체가 있었다. 휘갈겨 썼지만 분명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현재 내 남편이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관심 가는 남자 목록에는 없던 대상(?)이었지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특히, 부부의 인연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상형의 목록 중에 하나인 '멋진 필체를 가진 사람'이라는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이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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