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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02. 2021

첫사랑은, 가슴에 새긴다

신해철, 그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어쩌면 그는 나에게 첫사랑이었다.

나보다 딱 10살이 많았다. 나는 그 사람의 중저음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처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가슴이 방망이질했고,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으며, 라디오 속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공부를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잊었다.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던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


나의 12살부터 시작된 짝사랑은 노래를 통해 사회를 보게 했고, 노래를 통해 꿈을 어떻게 꿔야 할까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사랑과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한때 대마초를 피워 뉴스에 나온 그의 사회적 반항에 놀라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지 않은 외모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던 앨범에 실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고 좋아했다.


그의 이름은 신해철이다. 그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그를 '마왕'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그냥 신해철 오빠였다. 아직도 가끔 술을 마시고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엉엉 울 때도 있고, 텔레비전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고, 과거 인터뷰가 나오고, 그의 지인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너무 마음이 많이 먹먹해진다. 벌써 7년이나 지났구나..


나는 그가 얼마나 천재이고, 그의 음악적 시도가 얼마나 획기적이고 대단하고 실험적인 시도였는지 그런 것은 잘 모른다. 단지 그의 이야기가 좋았고, 그의 목소리가 좋았고, 그의 노래들이 좋았다. 배우의 취향은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멋진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혼자 좋아했다가 배신자에 변절자가 잘도 되어왔지만, 그를 향한 내 마음은 소나무처럼 한결같았다.


며칠 , 친구 모임에서 한 친구가 노래방에서 말해서 그만 빵 터버렸다.

"그 노래해. 니가 좋아하는 오빠 물고기 노래~"

"설마, 민물장어의 꿈??"

하지만 난 그날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지 않았다. 왠지 그 노래를 부르다 보면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요즘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많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과 함께 겹쳐져서 눈물이라도 나면 한껏 신이 났던 분위기를 흐릴 것만 같았다.


집에 와서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들을 다시 찾아들었다. 마음이 울컥하다.

그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이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철학자였으며,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든 첫사랑이었고, 나의 멋진 인생 선배였다.


난 앞으로도 계속 그의 노래를 들으며 순간순간 울컥할 것이고, 어떤 날은 펑펑 울 것이며, 어떤 날은 그냥 노랫말 속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할 것이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그의 노래를 듣고, 그가 했던 이야기들로 위로를 얻고, 생각이 깨어날 것이다.


내 마음이 복잡할 때 그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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