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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08. 2021

견물생심(見物生心)

적당한 욕심은 동기부여가 된다

아침마다 주차장에 가려고 하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먼저 생긴다.

'어제 어디에 주차했더라~???'

매일 하는 주차인데 까맣게 생각이 안나는 날이 많아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처음 가는 장소나 주차 위치가 너무 넓은 곳이면 꼭 사진으로 주차 위치나 주변 정경을 찍어놓아야 안심이 된다. 특히나 아침시간은 5분 차이에 따라 차가 밀리는 정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차를 찾지 못하면 지하 2층, 1층 주차장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다행인 것은 일찍 귀가를 하면 주차 공간이 많아 마치 내 자리인 양 습관처럼 주차하는 자리가 있다. 

늘 아침, 바쁜 마음에 까만 차가 보이기에 다가가 손을 대도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어? 열쇠를 안 가져왔나?' 하며 주머니를 찾으니 열쇠가 있다. 앞으로 와 번호판을 확인하니 아이고, 내 차가 아니다. 까만색만 같을 뿐, 내 차가 아닌,  차보다 훨~~씬 좋은, 내가 고 싶은 차다. 다시 보니 어쩐지 차가 너무 깨끗하고 새 차이긴 하구나...

내차는 여기저기 부딪히고 박아서 상처도 많고 찌그러 곳도 많은데, 그 차는 너무 반짝반짝 좋은 고급 세단이었다.

            

출처 : 핀터레스트

올해 초쯤 사고로 인해 타던 차보다 좋은 차로 대차가 된 적이 있다. 늘 하던 운전인데도 익숙한 내차가 아니다 보니 또 초보운전처럼 바짝 긴장하고 운전을 하게 되었다.

버튼의 위치도 다르고, 첨단 옵션도 있다 보니 오오오~~ 좋은 차가 좋긴 좋다. 기계치인지라 아무거나 누르다가 뭔가 고장 날까 두려워 아는 것만 몇 개 눌러보고 만져보았다.


견물생심[ 見物生心 ]


좋은 물건을 보면 누구나 그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다.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드러나는 자연적인 감정인 칠정(七情:喜怒哀樂愛惡欲) 가운데 하나이다. 물건을 보고 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동시에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자신의 물건이 아니거나, 자신의 분수를 넘어서는 물건이면 더 이상 탐내지 않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견물생심은 욕심을 경계한 말이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같지 못하고(過猶不及), 달도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月盈則食). 욕심도 마찬가지다.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르게 된다. '내 돈 서푼은 알고 남의 돈 칠 푼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제 것만 중하게 여기고 남의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사람으로선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견물생심 [見物生心] (두산백과)


견물생심 (見物生心)이 들었다. 타보고 경험해보니 더 그랬다. 자동차는 그냥 나를 편하게 해 주면 주면 좋은 도구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좋은 새 차를 타니 이 차가 그냥 내 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좋은 물건을 보고 욕심이 안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사람인지라 좋은 물건을 보니 없던 마음마저 생겨났다.


내 물건이 아닌 것에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면 그건 비도덕적인 마음이지만, 좋은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고,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원하는 물건을 취하는 것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견물생심은 욕심을 경계한 말이라고 하지만,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것이지, 적당한 욕심은 동기부여이자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며칠 뒤에 익숙한 내차는 잘 고쳐져서 내게로 너무 빨리 돌아왔다. 며칠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새 차와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설레고 좋았던 새 차와의 추억은 금세 잊고, 익숙하고 편안한 내 차로 난 다시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오랜만에 바쁜 아침에 남의 새 차 앞에서 생각에 잠기는 우스꽝스러운 아침을 보냈다.


오늘 퇴근길에는 차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 그 위치, 그 새 차는 그대로 있었다. 뭔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열심히 일해서 원하는 것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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