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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23. 2021

운전대는 길의 방향을 조절하고,

마음은 인생의 방향을 조절한다. (운전대는 마음이다)

나는 1종 보통 면허를 가졌다.

지금 생각하면 공간지각 감각도 떨어고, 겁도 많은 내가 1종 보통 면허를 딴 것 참 기적같은 일이다. 나중에 트럭 운전하려면 그래도 1종 보통 면허는 있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믿고 나는 열심히 연습을 했다. 2번 연거푸 장내 시험 탈락 후에 3번째서야 간신히 면허를 땄다. 그러나 면허를 딴 후 나는 트럭을 운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운전을 잘한다.

그렇다고 해서 막 끼어들기를 잘하거나, 빨리 달리거나, 길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아는 길도 돌아가고,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면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오는 길이 더 먼 때도 있다. 그러나 옆좌석에 탄 사람의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옆사람이 손잡이를 잡도록 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의 차에 탔을 때 몸이 훅훅 쏠릴 때 멀미가 나고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사람은 그런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쓰려한다.                                              

                                                                         

내가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할 때는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를 가는 것도 설렌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육개장도 사 먹고, 맥반석 오징어도 먹고, 커피 한잔 들고 하는 운전이 재미있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새삼스레 보이는 경치에 감탄하기도 한다. 내가 여유로울 때는 내 주변에서 어떤 거친 운전자가 빵빵거리거나 나에게 어떤 제스처를 취해도

 “음~ 그래~ 네가 바쁘구나. 어가렴~~

하며 나는 쿨하게 받아들이거나 그다지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이 불편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의 내 운전은 다르다. 아이들이 뒤에서 재잘거리는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뒤에서 누가 빵빵거리면 나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뭐 잘못했나? 괜히 위축이 된다. 갑작스럽게 끼어들거나 난폭한 운전자를 향해 “아이 저 미친” 한마디 욕을 할 때도 있다.

운전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마음대로 간다. 방향도 운전자의 마음이요, 속도도 운전자의 마음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운전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가끔 딴생각을 하다가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닌 늘 다니던 길로 습관적으로 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삼국시대 김유신 장군 일화가 떠올랐다. 김유신 장군이 기생을 가까이하다가 다시는 기생을 가까이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한다. 어느 날 훈련을 마치고 말에서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말이 김유신을 기생집 앞에 데려다준다. 화가 난 김유신은 자신의 의지를 몰라준 말의 목을 베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 자신의 습관을 말에게 화풀이를 한 그의 행동이 어릴 때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말은 늘 주인이 가던 길로 갔을 뿐인데 말이 무슨 죄란 말인가. 나는 다행히 내 차를 망가뜨리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가 있고 방향이 있다면 정신 차리고 내비게이션과 이정표를 보며 가야 한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다른 길 샌 적도 있고, 먼 길을 가야함에도 충분한 연료를 미리 채워놓지 않아 주유소를 찾아 헤맨 적도 많다.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신호를 잘 봐야 하며, 브레이크도 제때 잡아야 한다. 나만 잘한다고 사고가 안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운전을 하고 방어운전을 해도 언제든 사고가 날 가능성은 있다.    

  

마음도 그렇다. 내가 방향과 목적을 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데나 간다. 정신 차리고 관리해 주지 않으면 사나워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나태해지기도 하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조절하는 것도 알아야 하고, 내 마음 같지 않은 타인과 지내며 오해로 인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운전을 하다가 운전대의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아슬아슬한 사고를 비껴가기도 한다. 운전대 방향과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의 "아주 조금의 힘"이 다른 방향을 만들어 낸다. 작은 마음의 습관이나 몸의 습관은 나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좋은 습관은 나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줄 것이고, 나쁜 습관은 나를 나쁜 방향으로 데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운전대는 내 길의 방향을 조절하며 정해 가는 것이고, 마음은 내 인생의 방향을 조절하며 정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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