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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26. 2021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나는 송충이가 아니니 꿈을 먹기로 한다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


"야,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이 속담을 친한 친구가 내게 말로 했을 때, 당시에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존심이 상할 말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라'는 입바른 충고였다.

스물몇 살 시절, 서울의 두 번째 직장에서 나를 예뻐해 주신 선배 언니 소개로 어떤 친구를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큰 동네 사거리에 위치한 병원 아들이란다. 아버지도 의사, 어머니도 의사, 형도 의사, 형수까지 의사인 집안에 의대 못 간 돌연변이 둘째.

그런 집안의 그가 시골뜨기 지방 국립대 그것도 농대 출신에  쪼그맣고 별 볼 일 없는 나랑 어울리지도 않고, 사귀어봤자 금방 헤어지게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참나 원... 내가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랑 알게 되었고 막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때라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늘 돌직구를 잘하는 그 친구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첫 번에 한 말이 송충이와 솔잎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난 마음이 너무 상했고, 더 이상 이야기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집안 자체가 맞지 않으며,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나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던 바다. 서로 호감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 후 난 먼저 연락을 피하게 되었다. 친구의 '송충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행여 나중에라도 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송충이니까>


이 속담은 '분수를 알라', 어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고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보면 '정체성'을 알려주는 속담일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잘 알아야 나에게 맞는 것을 행하며 행복하게,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 있을 것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애벌레는 먹이 습관에 따라 단식성, 다식성, 광식 성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식 성은 주식인 한 가지 식물만 먹는 것, 다식성은 주식 몇 가지 식물을 먹는 것, 광식성은 상당히 많은 종류의 식물을 먹는 벌레를 말한다.  다식성이나 광식성 벌레는 먹이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도전을 할 수 있을 테지만, 단식성 애벌레는 새로운 먹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자신의 주식 식물이 없으면 굶어 죽게 된다고 한다. 송충이는 솔잎 같은 침엽수가 주식인 단식성 애벌레인가 보다.


<난 송충이가 아니다>


하지만 난 송충이가 아닌 사람이다. 솔잎만 먹고살아야 하는 송충이가 아닌, 어떤 것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를 송충이에 가두어 놓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는 송충이니까 안전하게 솔잎만 먹자...

"나는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니까, 저런 건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감히 해낼 수 있겠어?"

많은 것을 선택할 때 내가 상처 받지 않을, 흔히 말하는 안전빵을 선택했다. 실패나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나를 믿는 힘이 컸다기보다 나는 내가 가진 패보다 더 커 보이는 것에는 거의 도전을 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상담을 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실패가 자양분이 될 것이라 이야기를 하며 아이러니를 느끼곤 했다.

 '그러는 너는?'

나에게 힘없는 질문을 하고는 했다.


<지금, 나는 도전을 하고 있다>


박사 수료 3 년째, 두려운 마음과 게으름으로 학위논문 쓰는 것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능력한 것이 박사 수료증이라는 가까운 사람의 쓴소리가 듣기 싫다. 무능력한 나로 느껴져서 자괴감이 들었다.

나보다 늦게 입학해서 먼저 논문을 쓰고 졸업하시는 분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묘한 질투가 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깟 논문, 학위 없어도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하며 자기변명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핑곗거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 한편에서는 확 놓지도 못하고, 미련 떨고 어리석은 내가 너무 크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 작가 도전은 큰 결심이고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달 운이 좋게 한 번에 작가 승인을 받았고,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쓴 지 36일째인 지금 매일 한두 편의 글을 발행하고 있다. 글을 올린 지 며칠 만에 다음 메인에 몇 개의 글이 올라가는 믿지 못할 감격에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많은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배우고, 감탄하고 언젠가는 나도 나의 글로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자리 잡았다.

 마음 한편에서는 논문 먼저 써야 하는데 주가 아닌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지만 100개의 글을 발행해 보며 꾸준히 글 쓰는 것에 정성을 들이려 한다. 기도도 100일을 해야 정성이 닿아 기도빨이 받는다고 한다. 습관도 100일은 해야 뇌과학적으로 시냅스가 자리잡기 시작한다. 

나의 브런치 결산

나는 송충이가 아니다. 그래서 솔잎이 아닌 내가 원하는 어떤 것도 먹을 수 있다. 솔잎이 아닌 꿈을 먹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자유롭게 날고 싶은 날개를 달고 싶은 것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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