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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28. 2021

화초가 되고 싶은 잡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다

잡초들은 온실의 화초들이 부러울까?

예전에 어떤 책을 보거나, 어른들의 말들은 온실의 꽃이 되기보다 잡초가 되어 강하게 살아남으라는 메시지가 참 많았다. 그래도 나는 늘 온실 속에 있는 아무런 시련도 걱정도 없는 예쁜 꽃들이 예뻐 보였다. 그리고 나는 만약에 내가 식물이라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잡초보다 온실에서 누군가에게 쁘게 가꾸어지는 화초가 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은 농사꾼이었다.

그리고 우리 형제는 큰언니부터 막내 남동생까지 12살 차이가 나고 4남매 중 나는 막내딸이자 셋째 딸이다. 동네 어른들은 얌전하고 나름 모범생이던 내게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는 셋째 딸'이라는 칭찬인 듯 위로인 듯 말씀들을 자주 하셨다.  담배농사, 고추농사, 감자, 배추 뭐 아주 다양한 농작물로부터 돈을 벌어 부모님은 우리 4남매를 키워주셨다.


우리 논밭 중에 동네 강 옆에 밭이 하나 있었다. 그 강은 고장에서 쪼끔 유명한 곳이라 여름이면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놀러 오는 곳이었다. 강이 깊지 않고, 다슬기가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거나 간단히 캠핑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체구도 작고, 손이 빠르거나 힘이 센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골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주말이나 방학이면 집안의 농사일을 함께 돕곤 했다. 어린 손으로 농사일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만은 바쁜 시골에서는 작은 손도 작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놀고 싶고 힘든 농사일을 하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 차마 '하기 싫다'는 말을 한 번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특히, 길가나 강가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지나가는 차에 탄 사람들이 쪼그만한 애들이 농사일하는 것을 안쓰럽게 보는 것도, 대견하게 보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은 어린이날이나 여름방학 때 강가에 가족과 함께 놀러 오는 또래 아이들을 보는 것이었다. 가족과 놀러 와서 예쁜 수영복을 입고, 캠핑장비로 맛있는 것을 해 먹으며 그늘에서 놀고 있는 또래 아이를 보면 내 눈에 그 아이들은 마치 온실의 꽃처럼 느껴졌다. 촌스런 옷, 햇볕에 타서 시커먼 얼굴을 한 내 모습은 마치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있는 마치 내가 뽑고 있는 잡초처럼 느껴져서 왠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도움이 되겠다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한 일이다. 지금 초등학생인 내 아이들을 보면 시골에 가서 감자 하나만 캐 힘들다고 하고, 할머니 집 텃밭에 토마토 몇 개를 따고는 너무 덥다고 온갖 생색을 내는 것을 보면 더 어릴 적의 시골 아이들은 참으로 기특했다.

그렇게 놀러 오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것을 부모님도 아마 아셨을 것 같다.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마음이 아프셨을까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나니 그 마음이 보인다.


알베르 카뮈는 “경험은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사실, 나는 여전히 온실의 예쁜 꽃이 부럽다. 하지만 잡초처럼 느껴졌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온실 속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고 경험이 되었고,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온실 속 예쁜 꽃도 처음에는 잡초였다. 누군가 예쁜 꽃을 귀하고 소중하게 보아 이름을 지어주어 화초가 되었고, 길이나 산속의 잡초의 효능을 누군가 발견하여 이름을 붙여서 약초가 되고, 나물이 되었다.

화초이든 약초이든 나물이든  쓰임이 다를 뿐이고 지금 잡초라 불리는 어떤 풀도 누군가에는 화초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연구자에 의해 약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


메리 캐이 애쉬 회장이 말하길 "신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만들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했다. 꽃이든, 효능이든, 맛이든 좋은 점이 발견되지 않은 풀이면 이름 없는 잡초이다. 현재의 내가 잡초이든 화초가 되고 싶든, 분명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화초가 되기 위해 내 안의 예쁜 꽃들을 피우고 키워가야겠다.

하늘매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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