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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29. 2021

결혼은, 현실이다. 그러나 미친 짓은 아니다

미혼인 친구가 결혼에 대해 물었다

벌써 20년 전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 제목과 포스터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내용과 주인공 상황에는 더 충격이었다. 그때는 내가 20대이고, 너무 어리고 순진했을 때니까... 그래, 그땐 그랬다.


출처: 다음 영화포스터( 2002 )


나이가 40대 중반인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둘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나와 비슷하다. 그러나 간혹 친구 몇몇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나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이혼을 한 사람도 있고, 아예 결혼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 선배도 있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친구는 더 나이 들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며 간간히 선도 보고,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야 하는지 자주 걱정과 푸념을 한다.


그러나 나는 가진 자의 여유여서 그런지,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꼭 결혼을 해야 할까?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물론 결혼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매우 크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해 포기하는 것도 많았고, 어릴 적의 생각처럼, 동화속의 이야기처럼 결혼생활이 맨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기준과 시선이 중요했던 나는 30살 이전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30살이 넘은 노처녀라는 시선이 싫었고, 나중에 혹여나 나의 행동이나 말이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 듣고 싶지가 않았다.(직장에서 미혼인 여자 상사의 스트레스와 업무적 지시에 대하여 '노처녀 히스테리'로 치부하는 것을 많이 보았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나름 많이 배웠다고 하는 전문직 직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편과 트러블이 생길 때면 다른 생각을 한다. 내가 만일 이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는 여러모로 괜찮은 사람이다. 나와 여러 가지 면에서 가치관이 비슷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가사도 좀 한다. 그는 공대 출신답게 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러나 내 기준에서 그는 가부장적이고, 아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인자하고 따뜻한 아빠가 아니며, 타인(나와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능력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우뇌 성향이 큰 나는 그게 약간의 불만이다.




어린 시절 늘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다. 키도 크고, 옷발도 잘 받고 외적으로 멋진 남자를 좋아했지만, 결혼한 남자는 키도 작고 옷발도 별로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했고 재미있었다. 내 친구들과 함께 해도 잘 어우러지고 배꼽 잡고 웃게 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우리 아빠처럼 자상한 아빠가 좋았다. 어린 나의 눈에도 아빠는 엄마에게는 좋은 남편은 아니었으나, 아빠가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다. 엄마처럼 우리를 잘 혼내지도 않았고,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고, 엄마한테는 살갑지 않은데도 나에게는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학교에도 잘 데려다주셨다. 나는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내 아이의 아빠는 우리 아빠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다르다. 난 우리 엄마보다는 다정한 남편을 가졌으나, 내 아이들의 아빠 모습은 권위적이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난 자주 화가 다. 나는 힘이 있어서 남편이 뭐라 해도 적당 조절하는 힘이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기가 죽는다. 나는 나름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지라 좋은 부모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내 기준에 그는 그런 고민과 노력이 없어 보여서 화가 났다.


하지만 그가 결혼 후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원래 이런 모습이었고, 연애시절에는 나에게 좋은 모습만 보였을 테니까. 자상한 모습을 좋아하는 내게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으니까. 내가 연애시절 보지 못한 모습을 결혼의 현실 속에서 마주하며 보게 되는 것이 그가 가진 일상이며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모습일 테니까.

타인의 삶들을 봐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통해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의 인생 속에서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과, '그놈이 그놈'인 남편, 나 또한 상대가 느끼기에는 불만이 많은 '거기서 거기'인 부족한 아내이며 여자일 것이다.


미혼인 친구가 놀러 와 결혼생활에 대하여 가끔 질문을 한다. 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의 삶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결혼은 그 선택의 후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라로슈코프는 결혼에 대하여 "결혼생활이란 편리한 것도 있지만 즐거운 것은 없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링컨마저도 "나는 지금 생지옥으로 가고 있다"라고 표현을 한 것이 결혼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이 소중한 때란, 남편이 없을 때다"라고 말했다. 몽테뉴는 "결혼은 새장과 같다. 밖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들어가려고 하지만 안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나가려고 한다"하고 표현했다.


그러나 고흐는 "부부란 서로 반씩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써 전체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에디 캔터는 "결혼은 혼자 있었으면 있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둘이서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다."라고 이야기했다. 마틴 루터는 "훌륭한 결혼만큼 즐겁고 황홀하고 매력적인 인간관계, 즉 무언에 의한 마음의 교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히 올바른 상대를 찾음으로써 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상대가 됨으로써 온다"라고 브리크너는 말했다.


수많은 성인들도 결혼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긍정적인 말을 남기기도 한 것이 결혼생활의 모습이다. 나는 브리크너의 말에 절대 공감하며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히 올바른 상대를 찾음으로써 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상대가 됨으로써 온다. -브리크너-


결혼은 함께 인내하고 조절하고, 맞춰가는 과정의 현실이다. 나를 낳아준 내 부모와도, 피를 나눈 형제와도 서로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며 현실이다. 결혼 14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문제들로 갈등이 생기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 조율하며 살고 있다. 나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가는 과정이 인생이며 건강한 삶이라 생각한다.  결혼은 결코 현재 삶의 도피처가 아니다. 그리고 혼자일 때보다 포기하고 사는 것도 많고, 힘든 부분도 많지만, 결혼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도 많다. 결혼은, 결코 미친 짓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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