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이 많은 큰언니는 한창 결혼을 준비하던 내게 결혼사진이나 액자 같은 것은 간소하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했었다. 그러나 처음 결혼하는 것이고, 먼저 결혼하는 친구들이 다들 크고 멋진 액자에 예쁜 드레스를 입고 촬영하는 이른바 스튜디오 촬영을 나도 누구보다 예쁘게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 안에 허영심이 있기도 했을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화장을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나 싶은 생각에 카페를 뒤지고 정보를 찾아가며 당시 청주에서 괜찮은 곳이라 정평이 나 있던 곳에서 하루 종일 옷을 갈아입으며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역시 언니 말이 옳았다.
결혼 후, 3년이 지나고 아이가 생기며 그야말로 커다란 액자와 앨범은 애물단지라는 것을 실감했다.결혼액자는 너무 커서 벽에 걸어놓기도 부담스러웠고, 아이들의 사진이 많이 생기며 결혼액자와 앨범은 진즉에 구석으로 치워졌다.
스튜디오 촬영 구성품 중에 사진 파티션이 있다.
이사 전에는 장롱 옆 구석에 숨겨 두었다가 이사를 하며 침대 한쪽 구석에 오랜만에 펴놓으니 뭔가 신혼 느낌이 났다. 그런데 올해 초 어느 날 구석 청소를 하며 뒤를 보니 곰팡이가 가득했다. 집이 습했나 보다. 아쉽지만 다 부수어서 폐기하기 위해 현관에 내두었다. 그런데 잠깐 외출하고 들어오던 딸이 놀라 물었다. 왜 이걸 여기다 두냐고. 며칠 전 엄마 아빠가 큰 목소리로 약간의 충돌이 있었던 것 때문에 딸아이는 순간 불안감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나 보다.
파티션 액자
왠지 나도 사진과 액자를 망치로 부수어서 쓰레기통에 넣을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서 물티슈 한통을 다 써가며 구석구석 꼼꼼하게 곰팡이들을 닦아냈다. 그리고 진짜 오랜만에 사진을 다시 보았다. 남편도 나도 젊다. 새삼스럽다. 나 29살, 남편 32살.
나는 서른 살을 넘기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홉수에는 결혼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29살의 나는 이렇게 피부가 좋고 예뻤구나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물론 다 보정을 했지만 그래도 피부의 느낌이 40대인 지금과 너무 다르다.
당시 유행하던 앙드레김 패션쇼에서 나온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뻐 보여서 나도 해 보고 싶었다. 담당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니 예쁘게 해 주셔서 난 이 사진을 무척 좋아했다.
물티슈 한통을 다 써가며 닦았으니 당분간 다시 있던 자리에 두기로 했다. 커다랗고 부담스러운 결혼액자 옆에... 그런데 이번에는 대형 액자의 모서리가 툭 부서졌다. 고민스럽다. 그냥 액자를 치울라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부서진 액자를 두자니 보기에 눈과 생활이 불편하다. 아 이 애물단지....
앙드레김 헤어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
당시 촬영비가 백오십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그냥 간단하게 사진 몇 장만 남겨도 될 것을 액자도 앨범도 너무 크고 부담스럽다. 결혼식 당일 사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언니의 충고를 귀담아듣을걸. 차라리 그 돈만큼 순금을 사둘걸 자주 후회했다. 순금 값이 그렇게 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때론 먼저 경험한 이들의 조언을 귀담아듣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들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그럴까... 왜 꼭 경험을 해야 깨닫고 알아지는 것들이 많은지... 내 안의 지혜를 찾는 것은 쉬운 길은 아니기에 현명한 많은 분들의 책 속에서, 말씀 속에서 배우고 찾아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