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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27. 2021

나인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녀

보정 카메라 어플

요즘에는 내 사진을 잘 찍지 않게 되었다. 특히 셀카는 더더더더 더욱. 카메라는 점점 좋아지고 더 재미있는 카메라 어플도 많아지고 있지만 셀카를 찍는 것은 어색하기만 하다. 꽃 사진이나 식물 사진이 늘어가면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라던데... 요즘 휴대전화 속 앨범을 보면 나에게도 그 증거가 철철 넘쳐난다.      

                                                                         

얼마 전 새로 알게 된 어플로 진짜 오랜만에 집에서 셀카를 찍어보았다. 어멋, 이게 웬일인지 첫 컷에 100장 중에 한 장 나올까 말까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 건졌다.

'아, 요걸 프사로 쓰고 싶은데...'

근데 옷이 잠옷이라 수정도 못하고 그냥 포기한 채  아쉬운 마음에 언니들과 친구들이 있는 단톡에 보내며 이쁘게 나왔다고 자랑을 했다.                                              

                                                              

갑자기 이러는 내 모습에 현타가 왔다. 너무 웃기고 뭐 하는 건가 싶어졌다. 그들이 내 모습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맨 얼굴에 퉁퉁부은 얼굴도 아는 사이인데 그깟 사진 한 장 잘 나왔다고 좋아서 자랑하는 내가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다.


친구 중에 사진 찍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물론 그 친구는 아주 예쁘다. 어딜 가든, 무엇을 먹든 사진 먼저 찍고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사진 찍어주는 것도 좋아한다. 친구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나머지 우리는 그냥 습관처럼 브이를 하고 얼른 찍는다. 찍고 나서 확인도 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야 밥을 먹든 술을 먹든 다음 순서로 넘어가기 때문에 얼른 찍는 것이 상책이다.




카메라 어플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내가 아닌 사람처럼 만들어준다. 그 사진 속의 나를 보면 예쁘다.

피부도 뽀샤시하고 , 귀여운 고양이도 되고, 샬랄라 소녀도 되고,  눈도 커지고, 코도 오뚝해지고, 다리도 길어지고 성형수술을 한 것보다 더 예쁘게 내가 아닌 것처럼 예쁘다.


그러다가 보정 없는 내 진짜 모습의 사진을 보면 칙칙하고, 별루이다. 거울 속의 내 얼굴과 같은 모습  보정, 뽀샵 없는  사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플 보정 사진은 나인 것도 아니고, 내가 아닌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나라고 하기엔 너무 사기 같고 그렇다고 내가 아닌 것도 아니다. 보정 사진과 실제 내 모습과의 거리감이 너무 크다.


요즘엔 sns 프로필 사진에 있는 모습만 보다가 실물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못 알아본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었다. 증명사진을 찍어도  피부도, 얼굴형도, 머리숱도 보정을 해주니 원래 내 모습보다 예뻐지게 나오니 기분은 좋다.


그래도 어플 보정 사진 덕에 좋은 피부도 되어보고, 예쁜 모습도 되어보니 어플 개발자들께 감사함이 더 크다고 해야 하나?

사과도 보정을 하니 더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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