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영 Jul 14. 2021

추억과 ‘집’의 상관관계, 영화 노매드랜드

돌아갈 추억과 인연이 있는 ‘집’이 있기에 내일을 살아간다

독립영화관 아트나인의 서포터즈 기자단과 같은 아트나이너에 합격하게 되었다. 지원하기 전까지 두렵기도 하고 리뷰를 잘 써서 낼 자신이 없었는데 왠지 모를 평온함이 생겨서 내가 쓸 수 있는 대로 쓰고 제출했다. 쓰면서 불안하지 않았기에 이 글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원하며 제출한 노매드랜드의 리뷰를 여기에도 남겨보려 한다.

영화 노매드랜드 포스터


‘노매드’라는 단어는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도 들어보았으나 삶의 형태로서의 의미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노매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보다는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살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오롯이 일 인분의 일과 생각만 하며 사는 삶이 떠올랐다. 그러나 영화는 나의 예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아주 천천히 전복시켰다.


영화 노매드랜드(2020)에서는 ‘’(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로서의 삶의 형태와  삶을 구성하며 펀의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브제들이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펀은 집도 없이 벤을 타고 다니며 살아가지만  안에는 아버지가 남긴 그릇과 어린 시절의 슬라이드 필름  과거의 추억과 언제든 연결될  있는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는 없어도 아늑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꾸민다. 누구보다 ‘같은 분위기를 내려 벤을 계속하여 개조하고 꾸미지만 펀은  위에 지어진 집은 원하지 않는다. 펀이 처음부터 노매드의 삶을 살게  것은 아니다. 석고 회사의 부도로 인해 펀이 살던 도시가 사실상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고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벤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시작은 타의였지만 펀은 자신과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영화 노매드랜드가 관객을 싣고 흘러가는 방향은 펀의 살아가는 형태와도 비슷하다. 우선 특정 인물들 간의 탄탄한 관계와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멀다. 펀이 여행을 하며 만나는,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보일 수 있는 여행자들이 하는 말들과 점과 점이 이어지듯 만나는 인연들에 의해 이야기가 지속된다. 아마존에서 패킹 작업을 하며 만난 사람의 타투에 담긴 뜻, 공동체에서 만난 사람들, 펀이 일하는 곳의 손님들의 평범한 한마디 한마디가 겹겹이 쌓여 이 영화의 메시지를 만든다. 이는 하루하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로 그대로인 것은 자기 자신과 타고 있는 벤 뿐임을 받아들이며 내일을 맞이하는 펀의 삶과 맞닿아있다.


이 영화가 노매드를 경험해보지 않은 관객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는 펀의 삶이 결국엔 삶의 본질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매일 똑같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건들과 인연들을 통해 매일 다른 색을 그려낸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일을 마주해야만 색이 점점 차오르며 매일의 반복이 이끌어낸 어떤 색이 만들어진다. 이는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 그 사람에게 고유한 이유와도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펀을 보며 삶을 더 사랑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카이브] 사진작가 Elena Cremon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