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에 대한 생각

by 예영
벤쿠버 시네마테크

영화는 뭘까?

외로울 때 나랑 비슷한 주인공이 살아가고 다시 일어서는 걸 보면서 힘을 얻는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할 때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면서 내 교양과 취향을 적절히 나타낼 수 있는 것? 그것도 아니면 친구랑 친해질 때 얘기할 수 있는 것, 혹은 친해지려고 같이 보면서 소비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영화 학교 입학을 앞두고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디즈음에 걸쳐져 있는 건지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도 만들고 싶고, 근데 사람들에게 웃음과 힘도 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봤으면 좋겠고 또 영화제에서 뽐내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필름스쿨 입학을 한참 고민할 때 담당자분과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서 상업영화는 맞죠? 우린 완전 상업영화쪽인데.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그 짧은 순간 내 안의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한마디로 딱 잘라 상업영화라고 할수가 있나? 근데 상업영화는 뭘 말하는거지(한국 영화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봄날은 간다>는 흔하지 않은 줄거리임에도 유명한 대사를 남겼으니까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는건가?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때 나는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네 … 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던 것 같다. 그 분이 말하는 상업영화에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가 속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건 왠지 어떤 틀을 따라야한다는말인 것만 같다. 어느 정도 신파를 넣어주고, 사람들이 뇌빼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 근데 잘 모르겠다. 예술영화로 만들었는데 들인 예산에 비해 엄청나게 성공해서 수익을 많이 거둬들였다면 그건 예술영화에서 상업영화에 속하는 건가? 애초에 또 예술영화는 뭔가? 사람들이 보든 말든 상관 없이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쓰는 거? 근데 영화는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만드는 것 아닌가?(박찬욱이 만든 <아가씨>는 분명 상업영화 같지만 연출이나 의상 등 상업영화라고 퉁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데?)


그래서 이런 모든 내 안에 의문과 혼란이 뒤섞인 채로,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는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즐겁기도 하고(단순히 코미디적인 즐거움에 국한하지 않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을 담아 얼버무려 네.. 라고 상업영화를 만들려는게 맞다는 대답을 했다.


친구 집에서 같이 보았던 <The Incredibly True Adventure of Two Girls in Love>. 이 영화는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상업영화를 만들거냐는 질문에 네/아니오 라고 똑부러지게 답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도저도 아닌 사람으로 비춰질까 두려움도 있다. 그런데 내가 네/아니오 라고 똑부러지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질문 자체가 명확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먼저, 상업영화가 뜻하는 바가 더욱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관객을 포함해서 영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구분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반복되는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면서도 즐겁고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 일하고, 또 몬트리올에서 워홀 생활을 하면서 영화제 봉사활동을 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경험을 하나 하나씩 모으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영화를 보면 꼭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일 자체가 나를 혼자 두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용기를 내면, 내가 만드는 영화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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