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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Sep 20. 2024

현무암

상처받지않는 마음



“엄마. 상처 안받았지?”


뜬금없이 아들이 뒷자리에 앉아 한마다 툭 내뱉었다.


“어?”

“아니. 내가 엄마한테 지금 한말이 상처인거 같아서”

“아니? 엄마 마음은 현무암이야”







화산(火山)에서 분출(噴出)하여 된 검은 잿빛 또는 검은빛의 화산암(火山巖). 사장석, 휘석, 감람석(橄欖石), 자철광(磁鐵鑛) 등(等)을 성분(成分)으로 하는 데 기둥 꼴로 쪼개지고 바탕이 단단하여 건축(建築) 재료(材料)로 쓰임.







예민하고 감수성 높은 나에게 아들 둘은 참 버거웠다. 지금도 버겁지만.

아들이라 이해 할 수 없고 난 딸이여서 이해할 수 없었다.


유달리 쾌활하고 모범생인 아들, 개성 강하고 예민하고 소극적인 여린 아들


둘 사이의 감정의 저울을 중심잡는 것도 너무 힘들고 갑자기 변화되는 사춘기로 인해 걷잡을수 없는  아이들의 반항과 말투에 난 더 힘들었다.



“나가라고”

“그래서, 왜 낳았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어퍼컷에 난 항상 여기저기 멍이 들고 아파서 혼자서 밤을 지샜다.

엄마수업을 듣지 못하고 아들엄마의 수업은 더욱 잘 알지 못해서 혼자 끙끙앓고 아이와의 기질을 누구하고도 나눌수없었다.





“넌 너무 유별나게 아들을 키운다니까”

“너무 감싸지마, 아들은 원래 그런거야”





어머니들은 이런말로 그냥 퉁치고 내가 너무 유별나고 예민하게 키우고 대한다고 싹둑 잘라 말하셨다.


난 항상 예민하고 유별난 엄마, 며느리였으니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 아들을 어떻게 어쩌다 한번 보는 어머니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린 순두부의 마음이 화살이 하나씩 꼳히며 어느새 화살이 와도 ‘팅’ 소리가 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뎌진것 같았다.




육아 20년… 아이가 자라며 변화한 만큼 나도 변화하고 무뎌진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친건가?


둘째는 자신이 한 말이 엄마에게 너무 한가 싶어 꺼낸 말이였지만 이젠 나도 그냥 그말에 받아쳤다.




“소망아 너 현무암 알아? 화산이 폭발하고 굳어지며 바람빠져 구멍 숭숭 뚤린채 굳어버린 돌”

“알지”

“엄마 마음은 현무암이야.. 이제는 너희들이 상처 주는 말 해도 그냥 그래.. 상처가 너무 많아 물이 다 빠져버린 두부가 딱딱하게 구멍이 뚫린채 굳어버린 돌이야”




잠깐 하하하 하고 웃었지만

진짜 현무암이 아니라 현무암 처럼 대처하는 나의 마음을 보았다.


의연함일까? 아니면 굳어진 마음일까?

작년 아이의 수능을 준비하면서 아이의 늦은 사춘기로 뒷통수를 너무 맞고 정말 많이 울었다.

다 포기한다고, 안한다고,


그러면서도 다시 붙잡고 일년을 지내온 나에게 아직은 덜 자란 2호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또 하게 되었다.




“너 나한테 서운한거 있니? ” “그동안 안부전화도 잘 안하고, 바쁘다고 그냥 가고”

“내가 구리 이제 다른데 팔아 라고 말해서 서운한거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닥쳐 주변에 다른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살아야 한다는 마음밖에는.

그래서 감정의 배려도 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것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

남편의 중병과 사업의 실패,

나에겐 감정의 좋고 싫음이 아닌 , 남의 감정을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그냥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하게 됐다.


이만하면 감사하지.. 라며 내게주신 가정, 자녀를  돌보는 것에 정성을 다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일이 그런걸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연세가 있는 어머니가 혹여라 안좋아지실까봐 그냥 ‘며느리는 바빠요’ 이렇게 지내는 거로.



그런 며느리가 서운하셨는지, 아니면 자신이 한 말에 며느리가 서운해서 말도 안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갑자기 찾아오셔서

’서운한거 있으면 말해‘ 이러셨다.



예전같으면 말하지도 못할 말을 스스럼 없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제 마음은 현무암이예요. 더이상 화살이 꽂일수없는 현무암, 저 서운한거 없어요. 그냥 지금 사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나봐요. 하하“







화산분출을 하고 나 김이 빠지고 열기가 식은 현무암도 속은 여리고 무른 돌이겠지.

조금 세게 내려치면 부서져 구멍이 사그라드는 현무암이지만 막히지 않아 바람이 잘 통하고 융통성있는 돌이겠지.


아마도 나의 마음 현무암도 다시 세게 내리치면 그나마 있는 구멍들이 사그라들고 무너져 숨을 쉬는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마음이 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난 숭숭 뚤린 구멍이라도 그 구멍으로 인해 숨을 쉬어지고

구멍으로 온기가 전해진다면 그 구멍을 조금더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하겠지.


나에겐 버겁지만 나에게 가장 최고의 것으로 주신 것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가장 좋은 선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을 위해 계속 나도 자랄거라 믿어본다.



난 부서지지 않는 현무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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