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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Dec 26. 2024

터지지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풍같이 흔들리던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되었다.

왤까?


남편도 나도 내색은 하지않지만

서로 각자의 잠자리를 자는둥 마는둥

뜬잠을 잤다.

출근길에 북적북적한 도로위의 차처럼

각자의 마음엔 답답한 도로위 상황같이 느껴졌다.


혈액검사를 하고 오늘의 진료일정을 기다리며

병원 구내식당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검진실로 내원해주세요.


‘이렇게 문자가 왔었었나?’


문자를 올려가며 내용을 보니 작년 이맘때

회진도는 일정문자들만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순간 다시 2023년 12월로 나는 옮겨졌다.

문자를 본 순간 타임머신을 탄것이다.


전화기를 손에 꼭쥐고 중환자실 앞에서

오도가도 못하며 동동 발 만 구르던 그 날


“괜찮아요. 저희가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걱정마시고 집에 다녀오세요“


꽁꽁 묶인것 처럼 전신에 검사전선을 붙이고

누워있는 남편이 보였다.


남편도 나에게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살짝들고 ‘다녀와’라고 입모양을 했다.


눈앞에 운무가 가득한 나는

남편의 얼굴이 자꾸 가물거려 잘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입은 괜찮은척 입꼬리를 올리랴

눈의 운무를 거둬내랴

정신이 없었다.


안 울고 싶은데 뇌의 통제를 벗어난 나의 수도꼭지.

수도꼭지가 잠가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을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아닌척… 괜찮은척…


그럼에도 감사하게 우린 너무도 빨리 현실을 인지했고

서로 무엇이 값지게 하루를 살 수 있을지

대화하며 넘어지려할때마다 다독여 줬다.


팅~


다시 2024년 12월로 기억이 돌아왔다.

첫째 진료인 혈액종양내과의 검진시간이 변경되

예정보다 한시간 먼저 진료를 봤다.



“혈액을 지키는 모든 수치가

잘 유지되고 있어요.“

담당의사의 한마디에 막혔던 호흡에 숨이 들어욌다.


살랑~

옆에서도 바람의 길이 다시 뚤린것 같이 느껴졌다.


폭풍을 잠잠하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탄을 지키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안도하고 감사할수있어서

다행이다.

이 폭탄이 분출하려고 끓어오르려하는 화산처럼

꿈틀거리지 않게

앞으로 계속 잘 다스려야 하겠지만

매일의 적정한 습도와 온도, 영양분을 주며

그저 지금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이야기 해줘야 겠다.


폭탄이 터질 기미도 갖지 못하도록 꼭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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