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든 가
“영겁”
불교에서 '겁(劫)'은 무한히 긴 세월이다. 보통 연월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아득아득한 시간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천지가 한번 개벽한 뒤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기간'이라고도 말한다.
'겁(劫)'은 원래 인도 산스크리스트 어의 '겁파(kalpa)'를 음사하여 '겁(劫)'이라고 한 것이다.
보통 '겁'을 설명하는 데는 개자(芥子) 즉 겨자씨와 불석(佛石) 즉 바위의 두 가지 비유를 들고 있다. '개자겁'이란 '둘레 사십 리 되는 성 중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놓고 천인이 3년마다 한 알씩 가지고 가서 모두 없어질 때'까지를 '1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석겁'이란 '둘레 사십 리 되는 바위를 천인이 무게 3수(銖)되는 천의(天衣), 즉 잠자리 날개보다 더 얇은 깃털로서 3년마다 한 번씩 스쳐 돌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영겁은 헤아릴 수 없이 아주 긴긴 시간을 말한다.
-네이버
영겁의 뜻을 찾아 봤다.
헤아릴 수 없이 아주 긴긴 시간을 말한다니…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보다 문득 엄마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엄마가 도착했을때는 아빠는 이미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어. 수속을 밝고 보니 아빠가 수액을 맞고 의식이 없었지.”
“……..”
아빠는 간경화증을 오래 알고 계셨다.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아빠는 혼수상태였고 엄마는 119를 불러 병원을 갔지만 그곳에선 아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에게 수액을 놓으셨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수십년…
긴 시간동안 엄마는 자식들에게 아빠가 어떻게 병원에서 돌아가셨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엄마는 혼자서 그 시간이 떠올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자책을 했을까?
어린 우리들이 눈에 밟히니 당장 해결해야 할 산들이 많으니 어차피 갈사람이니 혼자서 모든걸 닫으셨던 엄마가 생각이 났다.
몇해전 갑작스런 남편의 응급실행에 난 너무도 놀라 순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어땠을까? 매번 죽음을 곁에 둔다는 생각을 했을까?
사느라, 살아내느라 그걸 느낄 시간조차 없었겠었지.
엄마와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문득 생각이 났다.
엄마도 혼자 그 시간을 모른척했을까?
무서워 했을까?
[무뎌지다] - 무디어지다의 준말
날카로운 것들이 날이 서지 못하고 둔탁해 진다는 뜻이다.
감정을 억압하며 모른체해 날선 두려움들이 무디어져 아픈지도 안아픈지도 감각이 없는것 아닐까?
나도 그럴까?
아직은 남편의 병명을 두 어머니들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다.
딸이 자신처럼 혼자될까봐 두려워 하는 엄마, 아들의 아픔이 자신의 잘못으로 자책하실 어머니를 위해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간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혹여라 나중에 알아 그 시간을 안타까워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그럼에도 모르고 지낸 시간들이 행복의 깃들로 가득하다면 그 시간이 오히려 감사한 걸지도.
아직은 내안에 가끔은 두더지처럼 툭툭 올라오는 두려움이 있지만 어쩌면 이시간을 더 감사함으로 대하는 우리 가족이 되지 않을까싶다.
작은것에 웃고,
작은것에 감사하고
세상의 잣대에 턱도 없이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그냥 행복한 순간들, 다시없을 행복으로 채우기로 한 약속
그래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작은 종이배에 행복의 깃들이 코팅이 되어 작은 파도가 와도 훌훌 털어내고 다시 보송한 깃털이 될수있길
오늘도 두려움보다 안아줌의 행복의 깃털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