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

흔들리지 않는 나무

by 스완

우리나라 속담 중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란 속담이 있다.

아마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는 인간의 심리를 담은 속담인 듯하다.

가지가 많으면 바람에 잘 흔들려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듯이, 자식을 많이 둔 부모에게는 걱정이 그칠 날이 없다는 말이다.




4남매를 홀로 키운 나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이젠 모두 중년이 훌쩍 넘었는데 자신보다 사 남매를 걱정하느라 만날 때마다..

“에구. 00가 이런다는데 어떡하면 좋을까?”라고 말씀하신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엄마를 만나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신 찜질방을 다녀왔다.

혼자서는 아무 곳도 마음 편히 다니지 못하시는데도 자식 걱정이라고 하시는 엄마.



“엄마. 엄마는 가지가 참 많아. 그래서 엄마는 첫째네 가면 둘째 걱정, 둘째네 가면 셋째 걱정, 셋째네 가면 막내 걱정하느라 잠이 오지 않지?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란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젠 이해가 되는 것 같아.

가지가 많으니 이곳저곳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릴까, 부러질까, 노심초사한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엄마. 이젠 반대로 생각해 봐.

가지가 많으니 잎도 푸르르겠다. 잎이 푸르르니 쉴 그늘이 많겠다.

가지가 많으니 열매도 풍성하겠네.. 이러면 근심걱정하느라 주름이 느는 게 아니라 매일 웃을 일이 많으니 매일 기쁘고 감사하지 않을까? “


엄마는 나의 말을 들으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널 보면 엄만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나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난 엄마가 미웠던 적이 참 많았다.

매번 엄마는 장녀는.. 장녀는… 이러면서 많은 제약과 요구를 해왔으니까.


그렇지만 나이라는 선물은 나에게 미움보단 이해와 감사를 선물해 준거 같다.

그렇게 밉고 쌀쌀맞게 굴던 내게 그냥 엄마니까 내가 품어주자 라는 마음이 먼저 들게 했다.


“엄마 안쓰럽지.. 그렇지만 지금은 안 안쓰러워해도 돼. 엄마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감사할 일이 더 만잖아.. 엄마라 이 시간에 찜질방 오는 딸이 흔한 줄 알아?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반찬 만들어 그 먼 거리도 다녀오는 딸이 어디 있어. 그리고 엄마가 서울 오고 싶을 때 매번 안전하게 모시러 가잖아. 이 정도면 안쓰럽지 않고 훌륭한 거잖아 “


“넌 어떻게 그렇게 바다 같니”

“ㅎㅎㅎㅎ ”



엄마의 말에 어떤 의미 인지 알기에 눈물이 고일 것 같아 얼굴에 마스크팩을 한다면서 얼굴을 돌렸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의 가지들이 커가는 것을 느끼며 나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아빠를 닮아 더 내가 미웠을 엄마. 그럼에도 언제나 기대는 엄마.

아빠의 나무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엄마의 많은 가지들이 엄마가 아빠에게 갈 때까지는 엄마가 포근함을 느끼도록 잘 보듬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엄마와의 데이트를 마치며 엄마를 여동생 집에 모셔다 드리며 엄마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반대로 가지가 많은 나무이니 행복한 쉼과 여유를 누리고 많은 그늘로 인해 더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을까? ”

“그래.. 그 말이 맞네… 허허허 이젠 조금 덜 걱정할게.”





이제는 넓게 뻗은 가지가 가지를 키우느라 자신의 영양분을 다 내어주고 갈라진 나무의 몸통을 보듬고 감싸줘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포근한 가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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