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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베이킹랩 이성규 Feb 25. 2020

내 삶을 바꾼 책

『요리를 욕망하다』 그리고 『Tartine Bread』

마이클 폴란, 그와의 만남은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왜 하필 빵집이었나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이클 폴란과의 만남이다.  그와의 만남은 요리를 욕망하다로 시작되었다. 2013년 말 중국에서 한국 본사로 복귀한 후 나는 이런저런 음식 관련 책들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집어 든 것이 이 책이었다. 마이클 폴란은 요리하는 행위가 인류의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요리하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낙농장, 양조장, 빵집, 레스토랑 주방에서 교육받으며 직접 음식 만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고대의 4 원소, 즉 불, 물, 공기, 흙에 기대 자연 상태의 물질이 요리라는 문화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책 내용 모두 흥미진진했지만 나를 특히 더 사로잡은 건 〈3부 공기〉였다. 3부에서는 공기를 안으로 끌어들인 음식, 즉 빵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저자는 인류 최초의 가공식품, 인류 최초의 발효식품인 빵 만들기에 도전한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면서 베이커의 지도 아래, 공기를 포집하여 잘 부풀고 건강에도 좋은 빵을 만드는 법을 익힌다. 빵이라면 먹을 줄만 알던 초짜가 베이커리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읽을 때면 입가에 미소가 돌았고, 마침내 그가 꿈꾸던 빵을 구워낸 순간엔 마치 내가 구워낸 듯 뿌듯하기도 하였다. 베이커리에 있는 사람이 그가 아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맘 속에선 나도 저런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난 하고잡이니까. 또한 3부엔 현대의 빵이 어떻게 최악의 빵으로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 담겨 있다. 그의 분석을 읽으며 어떤 빵이 건강한 빵인지 알게 되었다.



마이클 폴란은 이 책 한 권으로 건강한 음식에 대해 가르쳐 주었고 빵, 특히 건강한 빵에 대한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채드 로벗슨을 만나다


마이클 폴란의 책 3부를 다 읽기도 전에 구글에서 타르틴 베이커리를 검색했다. 쌩초짜 마이클 폴란이 빵을 굽던 곳이 바로 이 베이커리이고, 채드 로벗슨은 이 베이커리의 오너 베이커이다. 검색을 통해 채드 로벗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타르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스타 베이커였다. 그는 마이클 폴란이 빵의 질적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산업화된 제빵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1990년대 시작된 artisan bread 운동의 선봉이었고, 사워도우 빵의 전통을 되살려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특히 그의 수분율(밀가루 대비 물의 양으로 정의하며, 수분율이 높은 빵 반죽은 질척되고 다루기 어려우나 빵 맛은 탁월하다)이 높은 사워도우 빵은 현대 제빵에 있어 최고의 혁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Tartine Bread》(국내엔 타르틴 브레드란 이름으로 번역서가 나와있다)란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존에서 바로 그의 책을 주문했고 2주 후 내 손에 그의 책이 들어왔다.



홈베이커가 프로 베이커처럼 사워도우 빵을 구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책을 쓴 목적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책에 소개한 제빵 법을 따라 했던 다른 홈베이커들의 실제 성공 사례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도는 잘 부푼 빵 사진들은 '뭐하고 있어? 얼른 따라 하지 않고.'라며 나를 재촉했다.


책의 정수는 첫 부분에 있다. 처음 40여 쪽에 자세히 소개된 단계별 사워도우 빵 제빵 법에 대한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난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나도 곧 책에 소개된 다른 홈베이커들처럼 기공이 멋지게 열린 잘 부푼 빵을 구울 수 있을 거라는 벅찬 기대와 함께. 읽을 때마다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책에는 더 많은 밑줄이 그어졌다.


그 사이 나의 등쌀에 못 이겨 아내가 주문한 가정용 오븐과 반죽기가 베란다에 설치되었다. 이제 빵을 구우면 된다. 이렇게 나는 홈베이커가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서울에 온 채드 로벗슨을 직접 만나 그간 갖게 된 수많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음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마이클 폴란의 다른 책들도 강력 추천드린다. 《푸드 룰》 《잡식동물 분투기》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잡식동물의 딜레마》 모두 주옥같은 책들이다. 그리고 요리를 욕망하다는 Cooked라는 이름의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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