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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베이킹랩 이성규 Feb 27. 2020

빵은 곧 베이커다

The baker is what he bakes.

빵은 베이커를 닮는다.


많은 빵집을 돌아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동네 빵집 오픈을 오픈하기 전 많은 빵집을 다녔다. 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개인 빵집을 찾았다. SNS로 인연이 있는 분들의 빵집에 가게 되면 오너 베이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빵집을 열기 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계기로 빵집을 열게 되었는지, 어떤 빵을 구우려고 하는지, 빵집 고객은 누구인지, 빵집 운영은 어떤지 등을 알게 된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빵에 대한 베이커의 생각과 그 빵집의 고객층과 그들의 반응이었다. 베이커의 사연과 빵에 대한 생각은 참 다양했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빵이 없듯이.


빵집에선 오너 베이커의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그중에서도 빵과 빵의 이름표는 베이커의 빵에 대한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 하여 빵집에 진열되어 있는 빵을 한번 쭈욱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베이커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강화도 시골장터 앞에 자리한 동네 빵집에선 우리 땅에서 나는 밀과 호밀로만 구운 다양한 식사빵을 만났다. 독일 현지에 내놓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식사빵들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우리밀로 구운 빵들과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가 느껴졌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빵이 참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려운 독일어로 된 빵 이름표들도 독일 빵을 굽는 빵집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양재동의 외진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동네 빵집의 빵만큼 베이커의 이전 직업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곳도 없다. 매달 만들어내는 새로운 메뉴는 베이커가 전에 펴내던 트렌디한 월간지의 이달의 특집기사와 꼭 닮았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메뉴의 색감과 형태는 베이커의 감각 그 자체였다.


평창 전통시장에선 제철 재료로 빵을 굽는 또 다른 베이커를 만났다. 그의 빵집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골에, 그것도 전통시장에서 빵이 팔릴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창 IC에서 평창읍까지 한참을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운전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 강해졌다.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이미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셀럽이다. 그는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도 지역의 제철 식재료로 다양한 빵을 굽는다. 그의 빵은 말 그대로 로컬푸드다. 그는 종종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린다. 매달 새로 출시하는 빵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빵집 투어의 결론은 간단하게 정리할 있다. 매력적인 빵집은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은 베이커의 철학과 감각이 잘 드러난 빵에서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수단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악기, 그림, 글쓰기 등 많은 것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의 동네 빵집 도전은 어쩌면 그 갈망이 이끈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The baker is what he bakes이다. You are what you eat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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