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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베이킹랩 이성규 Mar 11. 2020

빵 용어, 제대로 쓰자

용어 정의 한번 하고 가시죠.

a word or phrase used to describe a thing or to express a concept

어떤 사물이나 개념 설명에 사용하는 단어 또는 숙어,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용어(terms)에 대한 정의이다.


명확하게 정의된 용어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해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 법적 효력을 가진 모든 계약서의 첫 부분이 용어 정의로 시작하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빵과 관련된 용어의 정의는 내 베이킹 수업의 첫 번째 주제다. 내가 하는 모든 우리밀 베이킹 수업은 수업 동안 사용할 용어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이는 수업 시간 중 나와 수강생들이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중요한 용어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천연발효빵/사워도우빵

베이커가 직접 배양한 사워도우 컬처로 빵 반죽을 발효시켜 구운 빵이다. 빵은 반죽의 발효 여부에 따라 크게 무발효빵(flat bread)과 발효빵(leavend bread)으로 나눌 수 있다. 발효빵은 발효 방법에 사워도우 빵(또는 천연발효빵)과 이스트 발효빵으로 나뉜다. 사워도우는 사워도우 컬처로 발효시켜 구운 빵이다. 사워도우 컬처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효모와 유산균 군집이 빵 반죽을 발효시킨다. 나는 천연발효빵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차라리 원어 그대로 사워도우라는 용어를 쓰자고 주장한다.


이스트

빵 반죽을 발효시키는 데 사용하는 상업용 발효제이다. 제빵용 이스트는 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효모 단일종을 대량 증식한 것이다. 1880년대 유럽에서 상용화되었다. 이 종의 효모는 맥주, 포도주 발효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종이다. 다만 맥주, 포도주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의 품종은 풍미 요소를 더 많이 생성하는 반면 빵 발효에 사용되는 품종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생성한다는 데 둘 간의 차이가 있다. 이들 효모 품종 간의 차이는 사과 중에는 새콤한 사과, 새콤달콤한 사과, 퍼석한 사과, 애플파이에 잘 어울리는 사과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이스트는 인공화합물이 아니다. never ever! 제빵용 이스트는 자연에 존재하는 단일 종의 효모를 대량으로 인공 증식한 것이다. 이 효모는 사워도우 컬처에도 다량으로 존재한다. 사워도우와 제빵용 이스트의 차이는 야생의 날 것과 길들여진 가축의 차이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워도우 또한 베이커에 의해 배양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완전한 야생의 날 것은 아니다.

 

사전 반죽

말 그대로 빵 반죽을 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반죽이다. 사전 반죽은 발효법에 따라 사워도우를 사용한 르방, 이스트를 사용한 비가, 풀리쉬, 스펀지로 구분된다. 다음날 반죽을 위해 조금 남겨 놓는 묵은 반죽도 사전 반죽 중 하나이다. 사전 반죽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 옛날 이집트의 피라미드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구워진 인류 최초의 발효빵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베이커들이 사전 반죽을 사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도하는 바가 있다. 빵의 풍미 증대, 빵의 산미 조절, 제빵성 증대, 제빵 스케줄 관리가 그 주된 목적이다.


컬처/스타터/르방

빵 반죽을 발효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발효제이다. 물과 밀가루의 혼합물이며 이 안에 밀가루의 전분이 분해된 당분을 먹이로 삼는 다양한 종류의 효모와 유산균 군집이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밀가루와 물을 섞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모와 유산균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개체수로 증식하면 빵 발효제로 사용할 수 있다. 효모와 유산균은 밀 알곡에 있던 것들, 공기 중에 있던 것들이다.

 

컬처, 스타터, 르방은 동일한 것을 지칭한다. 하지만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시점에 따라 용어를 달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효제로 효모와 유산균을 배양하는데 대략 7일이 걸린다. 7일이 지나면 효모와 유산균 군집이 안정화되어 빵을 굽기에 충분한 발효력을 갖춘다. 이 처음 7일간 배양한 것을 컬처라 한다. 7일 이후에는 스타터라고 부른다. 반면, 르방은 본 반죽에 추가하기 위해 만드는 사전 반죽이다. 스타터에 물과 밀가루를 넣어 르방을 만든다. 스타터와 르방의 주된 차이는 양과 일회성 여부에 있다. 르방은 사전 반죽이기에 스타터보다 양이 훨씬 많다. 또한 르방은 본 반죽에 넣으며 끝인 일회성인 반면, 스타터는 계속 이어가야 하는 연속성이 있다.  또한 스타터는 르방의 발효제이고, 르방은 본 반죽의 발효제라고 보면 된다.


리프레쉬

컬처나 스타터의 일부를 남긴 후 물과 밀가루를 추가하여 효모와 유산균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들 미생물이 건강하게 증식하도록 새로운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어떤 수강생은 이를 계대배양이라고 하시더라.  


무반죽법(No-Knead), 치대지 않는 반죽법이라 해야

미국의 Sullivan Street Bakery의 오너 베이커인 Jim Lahey가  자신의 책 《My Bread: The Revolutionary No-Work, No-Knead Method》에서 소개한 혁신적인 제빵법이다. 봉긋하게 잘 부푼 빵을 구우려면 밀가루 반죽에 글루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기계나 인력으로 반죽을 치댄다. 하지만 짐 라히는 이 책에서 물리적 치댐 없이도 잘 부푼 빵을 구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방법은 밀가루에 물을 섞으면 물리적인 치댐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루텐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물리적 힘 대신 시간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No-Knead 법은 제빵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반죽기가 없는 홈베이커 들이 이 방법에 열광하였다.   


No-Knead를 우리말로 옮겨온 것이 무반죽법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반죽을 하지 않고 어찌 빵이 된단 말인가? 반죽이라는 용어는 재료의 혼합과 치댐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행위를 지칭한다. No-Knead는 두 가지 행위 중 치댐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무반죽법이라고 함은 명백한 오류이다. '치대지 않는 반죽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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