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을 그만두고 몇 달 후 아쥬드블레에 찾았다. 빵 구울 일이 생겨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하루 빵집 설비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새벽부터 준비한 빵이 하나둘씩 오븐에서 구워져 나올 무렵 빵집 문이 열렸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들어오신 분은 빵집 단골 중 한 분이었다.
"불이 켜져 있길래 들어와 봤어요. 오랜만이네요. 어쩐 일로 빵집 나오셨어요?"
"네, 빵 구울 일이 좀 생겨서요. 잘 지내셨죠? 따님도 공부 잘하고 있죠?"
"네. 대학 지원 준비할 시기인데 어디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공부 잘하니 원하는 대학 갈 수 있을 거예요."
"사장님 나온 학교 가라고 권하고 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빵을 좀 사다 주고 싶은데..."
"아, 오늘은 영업일이 아니라서 팔 빵이 없네요. 괜찮으시면 제가 구운 빵 좀 드릴게요. 이번에 새로 개발한 빵인데 따님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따님한테 파이팅하라고 전해 주세요."
아직 따끈한 열기를 내뿜고 있는 빵 두어 개를 봉투에 담아드렸다. 엄마는 빵 봉투를 가슴에 안고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빵집을 나섰다.
수줍은 표정으로 빵집 문을 열고 들어오던 고등학생. 교복 입은 학생은 빵집에 처음 온 지라 이것저것 챙겨주었었다. 나중에야 그 학생이 이 단골손님의 딸인 것을 알았다. 엄마는 입시를 준비하는 딸이 좋아하는 빵을 사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씩 빵집 문턱을 넘었고 금세 빵집의 단골이 되었다.
내가 건넨 빵을 먹고 그 학생은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