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째 회원을 맞았다. 첫 번째회원이 등록한 지7개월 만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였다.
빵집엔 회원제를 두었다.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탬프 찍는 카드도, 구입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금으로 쌓는 방식도 아니었다. 뭔가 특별한 회원제를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A4 용지에 인쇄된 회원 카드에 빵집 로고가 찍힌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을 채택하였다.회원으로 등록하면 회원번호가 적힌 자신만의 회원카드가 생긴다. 회원카드는 파일 폴더에 꽂은 후 빵집 한 편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빵집에 올 때마다 자신의 카드를 찾아 스티커를 하나씩 붙인다. 스티커가 10개가 되면 원하는 빵을 하나씩 가져갈 수 있다. 처음 생각은 10개 단위로 다른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10개면 빵 한 개, 20개면 빵 식탁 초대, 30개면 메뉴 개발 참여... 하지만 이런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10개가 붙을 때마다 빵 하나를 가져가는 것으로 고착화되었다.
회원제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초디지털 시대를 거스르는 초아날로그 방식이라며 재밌어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매번 이렇게 불편하게 회원카드를 찾아야 하냐며 역정 내는 분도 있었다. 스티커를 하나라도 더 붙이려 한 번에 살 빵을 두 번에 나누어서 사는 분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주말밖에 시간이 안되어자주 오지 못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는데 스티커는 하나밖에 붙일 수 없으니 불공평하다며 불평하시는 분도 있었다.
이 회원제에는 빵집 매출에 대한 기대치가 담겨 있다. 1차 목표는 1000명의 회원 확보였다. 회원 1000명이 한 달에 세 번 빵집을 방문하면 한 달 손님수는 3000, 평균 구매액을 7000원이라 하면 한 달 매출액은 21,000,000원. 뭐 이런 식이었다. 회원이 1000명만 되면 빵집해서 큰돈은 못 벌어도 먹고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빵집을 열고 7개월 반 만에 1차 목표였던 1000번째 회원을 받았다. 하지만 매출액은 여전히 기대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회원수 1000명이면 적지 않은 수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8권이 넘는 파일 폴더를 꺼내 회원카드를 빠르게 넘겨봤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세 권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낮은 재방문율이 문제였다. 개중엔 스티커가 무려 70여 개 붙어 있는 카드도 있었다. 하지만 스티커가 하나만 붙어있는 회원카드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을 다시 빵집으로 불러올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절실히.
이제 막 걸음마하는 아기를 안고 온 1000번째 회원을 기념하며 나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항상 아쥬드블레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재료로 더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