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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베이킹랩 이성규 Aug 27. 2020

건강빵 말고 맛있는 빵

"건강빵 말고 맛난 빵을 좀 구워 봐."


김태현 대표는 만날 때마다  이렇게 했다. 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는 바이오 회사의 대표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그의 회사는 한참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그와의 인연이 벌써 5년째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서울시 시민정원사학교를 통해서다.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도시텃밭 강의에 나선 강사가 도시텃밭 모범사례로 수원에 있는 일월텃밭을 소개했다. 소개자료에 있는 사진 속의  그는 일월텃밭  한가운데 말끔한 양복차림에 삽을 들고 있었다.


어허 물건일쎄. 인터넷에서 그에 대해 찾아보았다. 곳곳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페이스북에서도 그를 찾았다. 바로 친구 신청을 했고 얼마 후 그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페이스북에는 당시 그가 운영하는 일월텃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 소식이 올라왔다. 하루는 텃밭텃밥이라는 행사 공지가 올라왔고 바로 참가신청을 했다. 텃밭텃밥은 텃밭에서 나는 수확물로 음식을 해 먹는 행사였다. 텃밭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팜투테이블 활동이었다.


그날 이후 그와 나는 텃밭친구가 되었고 매주 일요일 새벽에 텃밭에서 만났다. 일종의 텃밭조찬모임이었다. 때로는 그가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 왔고 나는 종종 내가 구운 빵을 들고 갔다. 내가 구운 딱딱한 빵을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신하고 달달한 빵을 볼 때면 반색을 했다. 그럴 때면 이런 맛있는 빵을 구워야 빵집 장사가 되지라며 어디어디 가면 맛있는 빵 있으니 가서 맛을 보라는둥, 이런저런 빵을 구워보라는 둥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빵집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 줄 알고 있었기에 고맙게도 그는 행사가 있을 때면 빵을 주문했다. 당시 그가 열성적으로 준비했던 지구생태세미나라는 행사에도 우리밀로 구운 단팥빵을 주문했다. 나중에 나의 밀과 빵 이야기가 신문에  나기도 했는데 그 계기가 바로 그가 주문한 우리밀 단팥빵이었다.




나는 지금 그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그는 나의 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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