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슈퍼루키병이니?
공공기관을 취업처로 선호하는 이유중 대개 가장 큰 이유는 '평생직장'이기 때문이다.
IMF를 비롯한 경기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사오정, 오륙도 라는 유행어와도 거리가 먼,
꽤 안정적인 직장인 공공기관에서 5년간 두번의 퇴사와 세번의 입사를 했다.
그 (나혼자) 기구한 사연과 기막힌 역사를 글로 풀고자 한다.
2013~2015. 꿈을 찾다
필자는 09학번으로 휴학없이 스트레이트로 4년을 마친 후 졸업을 했다.
전공은 행정학으로, 50% 이상의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교 1학년때는 행정고시를 꿈꿨으나 psat 모의고사에서 말도안되는 점수를 받고 바로 접었고
7, 9급은 어떻게 좀 비벼볼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졸업후 무작정 7급 공시판에 뛰어들었다.
동네 도서관, 독서실, 관내 대학교 도서관 등을 전전하면서 온갖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며 나는 즐겁고 부모님은 애타는 수험생활을 한 결과(아 중간에 신림고시촌도 한번 입성했었다! 관리형 스파르타 학원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야심차게 상경하였으나 또 새로운 인연들과 즐거운 추억 많이 쌓고 엄마아빠의 품으로 돌아옴!) 국가직, 서울시, 지방직, 군무원 등 3개년의 모든 공무원시험에서 낙방! 수험 4년차에 접어들 무렵..
2016. 꿈을깨다
드디어,
혹시 이길이 내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때마침, 대학 동아리에서 같이 술먹던 학교선배로부터 공고링크를 하나 받게 된다.
국가철도공단(그당시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었었죠...아련..) 채용공고였는데
전공시험으로 행정학과 한국사를 보는 모집군이 있었다.
공시공부빨로 공기업 행정학, 한국사는 그냥 찜쪄먹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으로 당당히 원서를 제출했다.
700점이 넘는 토익점수가 필수였는데 가장 빨리 응시할수 있는 날짜에 접수해서 부랴부랴 735점(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했..^^;;)을 만들고 서류제출을 완료한다...
'설마 735점에 무스펙 무경력인 내가 서류합격을 하겠어?' 했는데....
서류에 붙어버렸다...........!
당시 공기업 준비생 카페에, 사무직 700점대 토익으로 서류합격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그때 온몸으로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게 이런것인가?' 하고 느꼈다.
아 '이길이 내길이구나! 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돌아 온거니?'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는 이미 합격증을 받아둔 상태였다.
1차 필기시험(필기가 총 2회였음)에도 합격하자 '이거 진짜 되는거구나' 싶었다.
가슴속 합격증으로 설레발을 치며 2차 시험대비는 미뤄둔 채, 회사 근처 오피스텔 시세를 알아보고 신입직원 환영식에서 사용할 건배사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결국 2차 필기시험에서 아주 똑!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서류합격과 1차 필기시험을 한번 통과 해보고나니, 이거 못해볼 도전도 아니다 싶어서
공무원 시험과목과 필기시험과목이 겹치는 공공기관 채용공고에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 물론~ 공무원 시험도 열심히 응시했다. 헤헤
서류탈, 필기탈, 최종면접탈 등등을 숱하게 겪고
2016년 7월...
고향의 신생 지방공기업에서 1회 정규직 신입사원 2명을 모집하는 공고가 났는데
시험과목은 무려 "영어! 행정학OR행정법! 시사상식!" 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다년간 준비해온 나에게 굉장히 유리한 전형이었다.
고민없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2차 필기시험문제를 다 풀고 전체에서 2개내외로 틀렸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취업준비를 오래 하다보면 필기시험을 마쳤을 때, 붙을지 떨어질지 대충 느낌이 온다.
필기 합격자 명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면접준비에 돌입했다.
중앙공기업의 경우에는 모집인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직군별로 스터디그룹을 만들기도 하지만 고작 2명의 신입사원을 뽑는 작은 공기업은 함께 면접준비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혼자 준비해야 한다.
또한 대체로 면접 준비기간은 일주일 남짓이기 때문에 적은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홀로 면접을 대비 하기 위해서
1. 시중에 있는 공기업 면접책 공부하기
2. 자기소개서를 다시 꼼꼼히 읽어보고 질문이 나올만한 것들 추려보고 예상 답안 쓰기
3. 학교 취업지원센터 이용하기 (화상카메라 모의면접, 예상질문 답변 첨삭 등의 도움을 받음)
등을 하였다.
면접은 3배수였는데 여성지원자가 5명이었고 남성지원자가 1명이었다.
그간 봤던 면접에서 늘 남성지원자가 유리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경쟁률이 3대1이 아닌 5대1로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면접은 내부위원 1명과 외부위원 2명이었다.
면접준비로 기업분석을 하면서 CEO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내부위원이 마침 CEO 여서 유리한점이 있었다.
기억나는 몇가지 면접문항과 답변은 이러하다
1. 자소서 관련된 개인문항
-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에 대해 지금은 괜찮아졌는지 묻는 스몰토크
2. 공공기관 재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청렴이다. (당시 CEO가 청백리상 등을 수상한적이 있는것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시기가 한창 부정청탁방지법이 대두되는 시기였음)
3. 졸업후에 공백기동안 무얼했는가?
- 취업준비했다. 솔직히 공무원시험 준비 했고, 공무원 시험공부 한덕에 필기를 잘 봐서 여기까지 올수 있게 되었다.
4.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인가?
- 서프러제트. 여성참정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5. 입사 이후에 이루고싶은 꿈이 있는가?
- 공기업 사무직은 순환보직을 한다고 알고있다. 인사, 재무, 기획을 고루 섭렵한 후 이 모든것을 끌고 나가는 경영지원팀장이 되고싶다.
2016. 9. 길을 열다
결국 꿈에 그리던 인생 첫 최종합격을 하게되었고, 당당히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때 그 벅찬 감정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나보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셔서 그동안 불효자식이었던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쓰리기도 했다.
정규직 합격이라는 것은
대학 졸업후 3년이 넘도록 무소속으로 지내야했던 불안정한 삶과의 이별이었고
캥거루 주머니에서의 탈출이기도 했으며
4대보험 입성과 동시에 건강검진을 매해 의무적으로 받을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입사 첫 날, 첫출근을 하면서도 설레면서도 불안해 했던 것이 생각난다.
'갑자기 최종합격을 번복하면 어떡하지?'
'수습기간에 정규직전환을 안해주면 어떡하지?'
너무 오랜 불합격의 연속 속에 만성화된 패배의식이 자꾸만 쓸데없는, 지금생각하면 말도안되고 어이없기도 한 걱정으로 내몰았다.
내가 처음 받게된 보직은 당시에 내가 생각했을 떄 너무 간지나고 멋졌다.
주 업무가 '정부 경영평가' 였는데 매해 정부에서 기관평가를 받기 위해 보고서를 쓰고 평가와 관련되 내용과 관련해서 정부에 대응하는 업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경력 신입사원한테 너무 벅찬 업무였는데
그때는 반항한번 해볼생각 하지않고 그저 '무조건 잘 배우고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땐 일이 좀 버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업무들이 자양분이 되어 이력서에 두고두고 써먹을수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