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모는 선택이 아니라 노력이더라 #1

치밀유방 산모의 완모 성공기

by 백조의공원
모유수유라는건 임신 전엔 한번도 생각해보거나 상상해본 일이 아니었다.

모유는 분유같은거 없을때 전현대 사회에서 귀한 음식이었지, 과연 과학자들이 머리 맞대고 만든 분유보다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임신기간동안 육아에 대해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주변 조언(잔소리)을 들으며 모유수유는 적어도 초유까지는 필수로 해야하는 구나 라고 세뇌를 당하게 되었다.


mbti 가 P로 끝나는 인간으로 계획같은거 타임라인별로 세우지 않는다.

'일단은 뭐 모유수유 한번 시도 해보고 그때가서 결정하지~' 라고 대충 생각하고

수유쿠션, 유축기 등 수유템들을 물려받아 일단 쟁여두었다.


누군가 산전 유방마사지가 젖몸살을 예방하고 젖도 잘 나오게 도와준다고 해서 39주2일쯤에 마사지도 예약을 해두었다.

산전 유방마사지 원장님이 치밀유방이라서 완모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치밀유방...'

몇 해전 건강검진에서 유방초음파를 볼때

"치밀유방이시네요~ 흔한거에요~" 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뭐 별 대수롭지 않은일같아서 그냥 듣고 넘어갔다.

근데 유방조직이 치밀해서 유선이 들어갈 틈이 없게 만들기 때문에 모유수유에 치명적이란다.


집에와서 하루종일

'치밀유방 모유수유'를 검색하고 맘카페에 '치밀유방인데 완모 성공하신분 계신가요?'라는 글을 죽죽 써댔다.


다행이 '치밀유방인데 모유수유 성공했어요', '그냥 죽도록 물리면 유선 뚫립니다' 등등의 댓글이 달려 희망을 갖게 됐다.



모유수유에 더 적합하다고 해서 자연분만을 하고싶었지만

14시간의 진통끝에 결국 응급제왕으로 분만을 하게 되었다.


자연분만을 하게되면 출산하자마자 젖을 물려서 젖을 돌게하는 이른바, 캥거루케어라는 것을 할 수 있는데

제왕절개는 할수 없다. 수술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젖을 물릴수가 있다.


완모 계획이 처음부터 뭔가 틀어지고 있었다.


제왕 3일차, 병원에서 산후 유방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로 유선을 뚫었으니 즉시 유축기로 양쪽 15분씩 유축을 하라고 하셨다.

공용 유축기를 가져와서 떨리는 마음으로 유축을 시작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축기 가득 습기만 찼다. 정말 모유로 보이는 그 어떤것도 나오지 않았다.

출산후 며칠 내에 가슴이 붓고 온몸에 열이나는 젖몸살이 온다고 하는데.. 가슴에 그어떤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몇시간 뒤, 첫 수유콜을 받게 되었다.

자세도 엉성하고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는데 아기가 젖꼭지를 쪽쪽 빨았다.

뭔가 열심히 빨고있지만 아무것도 나오는것같지 않았다. 신생아실에서 준비해준 분유나 먹이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빈 젖을 빨던 아기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 젖이 돌게 하기 위해 유축을 더 열심히 했다.

제왕 5일차, 온종일 3시간마다 유축을 하면서 모으고 모아 10ml를 채웠다.

신생아실에 가져다주면 아기에게 준다고 하기에 신나서 모유 받은 젖병을 들고 갔는데 뭔가 하찮은 양이 창피해서 손으로 감싸쥐고 갔다.


병원 입원기간 내내 양쪽 20분씩 40분간 아무리 짜도 양이 늘지가 않았다. 바닥만 겨우 메우는 정도였다.

마사지를 하면서 받은 맘라떼모아 도 열심히 먹어보고 물도 열심히 먹었지만 모유양이 너무 적었다.

완모 실패를 예감한채 퇴원 하루전에 쿠팡으로 부랴부랴 분유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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