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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달래 Jun 05. 2020

삶에서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자 다시 한번 쓴다.

새의 선물, 은희경


 유년 시절의 아픈 기억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가끔씩 예외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면 잠깐 부러워하기도 한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또는 오래 되새김질하며 눈물 짓는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는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꾸며내지 않은 푸릇한 밝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묘사하듯 선명히 그려낼 수 있는 기억이 있다. 다른 건 기억하지 못하면서 유독 그 기억만 생생하다. 어째서 행복한 기억은 쉽게 휘발되고 아픈 기억은 오래토록 각인되는 것인지 참 모를 일이다. 이 책의 화자인 진희가 자주 하던 말처럼 삶은 나를 조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희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는 지금도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인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나 역시 진희처럼 어린 시절 이미 모든 성장을 끝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과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아프고 괴롭지만 약간의 행복과 즐거움이 세상을 버티게 만든다.


 삶은 여전히 그렇게 우리를 조롱하며 흘러간다. 삶은 농담인 것이니 캐내지말자. 삶에서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자 다시 한번 쓴다. 삶은 농담이라고.


201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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