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내 인생의 오랜 화두가 굿나잇이었어.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날을 셀 수 없이 많이 보낸 사람은 안다. '굿나잇'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았어, 잠드는게 어려워와 같은 말을 저렇게 아름답게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시를 공부하는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께서 '너희들은 시가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운을 띄우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시인들이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결국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사랑 근처의 단어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건드려보고 또 신중하게 음미하는지, 아주 오랜시간 동안 그 주변을 계속해서 맴도는 거라고. 몇날 며칠이고 사흘 밤낮이고 꼬박을. 그리고 교수님은 손바닥을 펼치고 그 위에 다른 손의 손가락으로 걸어가는 사람모양을 만들더니 '그 걸음이 얼마나 외로울지 생각해본 적 있니?'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 일화가 머리와 가슴에 콕 박혀서 자꾸 생각이 나곤 했다.
살다보면 세상에 만들어진 단어만으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래서 시인이, 문학인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난 단어들에 기웃대며 익히 알고 있던 말들을 가지고 좀 더 분명하고 부드럽게 인간이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매일 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울 때면 '오늘은 푹 잘 수 있을까, 오늘은 금방 잠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일 년 중에 절반은 잠자는 시간보다 뒤척이는 시간이 더 긴 밤을 보내는 내 인생의 가장 복잡하고, 끝내기 어려운 화두 역시 책의 주인공인 은섭과 마찬가지로 '굿나잇'이다. 그저 은섭이 내가 잠을 잘 못 자서, 라고 말을 했다면 이 페이지는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나 날 불편하고 괴롭게 하는 불면을 조금은 덜 불편하게, 덜 괴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래서 문학이 좋다. 정말 좋다.
2019.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