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에 대한 이해_3

by 글쓰는 범고래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미중 무역전쟁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그의 조국인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 전쟁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른 스파르타의 두려움으로 벌어진 필연적인 전쟁으로 묘사했다. 그의 표현을 빌려 국제정치학에서는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1985년 9월 프랑스, 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 장관들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환율 조정에 합의했다.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 화폐들, 특히 일본 엔화의 가치를 올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의 GDP는 미국 GDP의 약 72% 선까지 도달하였고,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적, 문화적으로 미국의 입지를 넘보던 일본의 위상은 완전히 꺾이게 되었다. 그리고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 대통령은 레이건이었다.


플라자 합의는 겉보기엔 원만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였지만 막후에서는 미국 측이 들끓는 국내 민심을 반영한 의회의 격한 반응을 등에 업고 상당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상태였다. 미국이 당시 일본을 포함 상대국에 경고한 내용에는 GATT 탈퇴 및 관세 인상, 그리고 안보 보장 철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2020년 미국 GDP의 70.4%까지 기록한 중국의 2024년 GDP는 65%까지 감소했다.



얄타 회담, 냉전의 시작


1945년 2월, 제2차 세계 대전 막바지 연합국의 승리로 임박했던 시점에 흑해 연안 크림반도에 있는 얄타에서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 모여 전후(戰後) 세계 질서를 논의한 회담이 열렸다. 영국의 처칠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었기에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의 담판을 짓는 회담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 회담에서 나치 독일은 소련, 미국, 프랑스, 영국이 분할 점령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나치 독일의 군수산업을 폐쇄하거나 몰수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주요 전범들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릴 국제재판에 회부하기로 합의하였으며, 폴란드의 동부 영토 대부분을 소련에 병합하고, 그 대신 폴란드에게는 동독의 일부 지역을 주기로 하였다.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이 회담을 냉전의 시작으로 본다.


"이 회담은 비밀로 해둡시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맘대로 자기들의 운명을 재단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불쾌해할 테니 말이오. " - 윈스턴 처칠, 얄타 회담을 마치며.

스크린샷 2025-03-03 오후 7.26.33.png 얄타 회담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처칠, 루스벨트, 그리고 스탈린(출처: 위키백과)


올리가르히, 트럼프, 그리고 젤렌스키


'올리가르히(Oligarch)'는 러시아의 거대 기업가들을 지칭하는 말로 러시아에서 정치적 영향력과 막대한 경제력을 가진 소수 엘리트 집단을 의미한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여 단기간에 거대 자본가로 성장한 그들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면서 러시아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소련의 붕괴 후 이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증진하였고, 자신의 팜비치 부동산을 그들에게 팔기도 하였다. 그런 트럼프는 소련 붕괴 뒤 혼란을 수습한 푸틴의 강력한 지도력과 권력을 평소에도 칭찬하며 부러워했다.




러-우 전쟁 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피해가 적으며, 2024년 성장률은 3.6%에 달했다. 러-우 전쟁으로 경제적 폐허가 된 것은 유럽이었다. 시간조차 유럽의 편이 아니다.


트럼프는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미 대선 개입과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로비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통화에서 이를 조건으로 한 미국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 통화로 트럼프는 미 의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 심판을 받는 곤욕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지난 미국 대선 막바지에 승패를 가를 거라 예상했던 핵심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민주당 후보였던 해리스에 유리한 행보를 하였다. 트럼프가 격분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트럼프는 전쟁으로 계엄이 선포되면서 임기가 연장된 젤렌스키를 향해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영토 회복과 NATO 가입이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종전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젤렌스키의 인기는 2년 만에 70%대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당선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전쟁 초기 EU와 바이든은 푸틴을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상황이 변하면서 전범에 회부될 인물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젤렌스키는 최악의 외교를 보여주었다. 강대국 대통령 앞에서 통역도 없이, 수준 낮은 영어로 싸웠다. 그리고 미국의 지리적 이점을 언급하면서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넘었다.


혹자는 트럼프를 비난한다. 강대국의 오만함과 저열함을 보여주었다고. 하지만 역사에서 강대국이 우아하고 신사적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패권국은 언제나 오만했고, 야만적이었다. 그 앞에서 젤렌스키가 보여준 것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알량한 자신의 자존심이었다. 차라리 그는 무릎 꿇고 미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호소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돌아가는 길에서조차 감정적 언사를 내뱉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러-우 전쟁 종결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다. 하지만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러시아 영토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 땅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하며, 이는 남한 면적에 육박한다. 푸틴은 벌써 재건사업과 우크라이나 땅의 광물들을 트럼프에게 협상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재건 사업은 철저히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입장은 관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나갔지만, 푸틴과 손잡으려는 트럼프로 인해 계산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닉슨 행정부와 손을 잡은 중국으로 소련이 붕괴되는 과정을 KGB 시절 푸틴은 똑똑히 목격했다.




한국은 건설, 조선, 반도체,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에 매력적인 나라이다. 또한,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살상 무기 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푸틴이 경고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


참고로 러-우 전쟁 전 러시아에서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 1위였으며, 현대차와 LG 전자 역시 각각 자동차와 가전제품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2021년 당시 러시아는 한국의 수출대상국 12위로 주요 시장 중 하나였다.



Super Trump


트럼프는 공화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네오콘의 힘 없이도 재선에 성공했다. 즉, 트럼프 2기는 1기와 달리 전통적 공화당 인물들에게 '빚'이 없다.


정부 입법안이 무산되고 행정명령으로만 통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1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 정가에서 '근본'도 없는 정치 이단아로 취급받던 트럼프가 이제는 새로운 주류로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고려해야 할 '다음(재선)'이 없는 트럼프에겐 '경험'까지 장착됐다.


트럼프가 폭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미국의 중간선거는 상원 100명 중 34명, 하원 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하는 대규모 이벤트이다(2026년 중간선거는 밴스 부통령이 부통령으로 지명되면서 그가 의원으로 있던 오하이오주가 보궐 선거로 포함되면서 총 35명으로 늘게 되었다).


이런 대규모 행사인 중간선거는 미국 대통령 임기의 중간에 치러지도록 맞춰져 있다. 그 이유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처음부터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기 때문이다.


중간 선거가 항상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기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상하원 의석수 모두를 늘린 경우는 역사적으로 단 2번에 불과했다. 중간선거가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여당이 10석 정도 잃으면 엄청난 선전으로 받아들이고, 한 자릿수를 잃는 경우는 심지어 승리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2026.11.3. 중간선거


다음번 중간선거는 2026년 11월 3일이다.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상원 선거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단, 트럼프의 폭주가 어떠한 결과를 얻어낼지 아직은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실패할 경우, 그의 폭주는 2026년 11월 3일에 끝이 날 것이다.


레임덕에 빠진 그가 마주할 것은 관료조직들의 반발과 그와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의 공격, 냉정한 국제여론, 그리고 야당보다 더 잔인할 수 있는 당내에서 숨죽인 비주류 세력들일 것이다. 그의 폭주가 만든 모든 결과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J.D. 밴스 부동령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혹은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면 차기 공화당 후보는 자연스레 트럼프의 유산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들은 J.D. 밴스를 (노골적으로) 밀어줄 준비가 된 듯하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월 28일, 자신의 X에서 밴스 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논쟁을 소개한 다른 사용자의 글에 "최고의 부통령이자 우리의 미래 대통령"이라는 답글을 남기며 이미 자신의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스크린샷 2025-03-02 오후 9.35.47.png 머스크는 현지 시각 2월 28일, SNS에서 밴스 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논쟁을 소개한 다른 사용자의 글에 "최고의 부통령이자 우리의 미래 대통령"이라는 답글을 남겼다.


밴스를 부통령 자리로 적극적으로 밀어준 인물은 트럼프 주니어와 피터 틸이다. 팔란티어의 창립자인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로,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나섰을 때부터 그의 후원자였다.


부통령 밴스 역시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로펌 변호사로 일하다 서부로 옮겨 피터 틸의 벤처캐피털 회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피터 틸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밴스에게 2022년 중간 선거에서 피터 틸은 약 1500만 달러(약 220억)를 기부했다. 이는 단일 상원 후보로는 역대 최대 금액의 모금 기록이었다.


이 과정에서 피터 틸은 다른 페이팔 마피아들의 후원도 주선했다. 피터 틸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10월 밴스 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4년은 트럼프 시대, 그리고 그 뒤 8년은 밴스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 트럼프 주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지는 분명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레이건과 트럼프는 총격 암살 시도에서 살아왔다는 서사적 공통점이 있다.


레이건이 재선에 성공했듯 트럼프도 기어이 재선에 성공했다. 레이건 집권 이후 이어진 다음 대통령은 조지 W. 부시였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