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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와 고래를 만난 날.

by 글쓰는 범고래

신혼 때였다.

가로수길에서 데이트를 한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곧 그쳤다.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집으로 오는 길.

신호등 앞 차 안에서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아주 큰 무지개가 반겨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에 감탄하던 중,

와이프가 그 위를 가리켰다.


또 하나의 무지개,

쌍무지개였다.


두 개의 커다란 무지개가

선명하게, 그리고 사이좋게

하늘 가득 아름다운 색깔로 떠 있었다.


'쌍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하던 중,

파란 신호등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얼마 뒤.

와이프는 꿈을 꿨다.


커다란 고래 두 마리가

물에 떠 있는 자신 주변으로 다가와서

빙글빙글 돌면서 헤엄치며 노는 꿈을.


그 고래가 무언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저, 범고래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쌍둥이 아빠가 되었다.




온 계절을 거쳐,

하얗고 소복이 내리는 첫눈처럼

가장 빠르게, 그러나 가장 느리게

나에게 내려앉은 선물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가장 기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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