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넌 어디서 온 말이니? #3
다시 짜끄라로 돌아갈게요. 우선 짜끄라(चक्र)를 라틴화 하면 cakra가 되는데, 안타깝게도 영어에는 짜(च)라는 발음도 문자도 없는 데다, 이대로 두면 모양 상 별문제는 없지만, 인도 학자들 간의 약속을 까맣게 모르는 영어권 일반 독자들은 카크라라고 동떨어진 발음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권 독자가 가장 원 발음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는 cha를 선택한 것이지요(샤로 발음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짜끄라(cakra)는 불가피하게 차크라(chakra)로 영어화 하게 됩니다.
게다가 어쩌다 보니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와 보편화된 단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하도 오랫동안 식민 지배를 하다 보니 인도 문화가 영국 문화에 스며들기도 하는 거지요. 문화라는 게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인도인들이 크리켓만 하는 게 아니라 영국인들도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고…, 뭐 그런 거지요.
아예 처음부터 영어인 줄 아는 단어도 하나 예를 들겠습니다. 인도 식민 시대의 대표적인 영국 소설이죠. 정글 북(Jungle Book). 작가 키플링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겼고,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세계적인 명작이지요. 정글(Jungle)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인도의 아열대 우림을 forest 정도로 표현하면 느낌이 안 살죠. “Forest Book” 뭔가 산림 보고서 같지요? 게다가 호랑이, 표범, 코끼리가 출몰하는 인도의 야생이라는 이국적 배경을 부각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야생 숲을 뜻하는 산스끄리뜨 장갈라(जाङ्गल ; jāṅgala)의 힌디 발음인 장글을 영국인들이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는 jungle로 음역 했고, 아시다시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우거진 야생 숲을 뜻하는 영어처럼 인식되고 있지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데와나가리 기억나시나요? 산스끄리뜨와 힌디를 표기하는 문자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기억나시지요? 데와나가리라는 말도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신(deva)의 마을(nāgari)이라는 뜻인데, '완벽하게 만들어진' 언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그 언어를 기록하는 문자에도 요즘 말로 스웨그가 넘칩니다.
최고 신(神)인 브라흐만이 만들었다는 전설과 어우러져,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신(deva)들에게 거처(nāgari)를 제공하는 문자라니…. 아리스토텔레스도 동경했고, 니체도 부러움에 떨며 일장 연설을 하게 만든 고대 인도의 종교철학적 지혜의 고차성이 느껴지는 명명(命名)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자라는 게 말이 머무는 곳, 즉 언어의 정착지가 아니겠습니까? 고대 인도 현자들의 사유가 가시화된 곳, 신성한 천계(天戒)가 드러난 곳, 그곳이 바로 신의 마을(devanāgari)이 아니면 어디겠습니까?
덧붙이면, 브라흐만이 만든 언어라는 뜻으로 한∙중∙일 삼국에서는 산스끄리뜨를 범어(梵語)라고 합니다. 범(梵)은 브라흐만의 축약형 음역이고 불경 등 한역본(漢譯本)에서는 하늘 천(天) 자를 덧붙여 주로 범천(梵天)이라고 부릅니다.
Come on! 요가의 어원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유즈(युज् ; yuj)는 '묶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a를 더해서 명사를 만들었죠. 그렇다면 명사인 요가(yoga)는 묶음/묶기가 되겠네요. 결합이라고 해도 괜찮고요. 그런데 왜 yuja가 아니라 yoga냐고요? 이건 설명이 긴 관계로 다음에 하도록 하지요. 영어의 yoke와 뜻이 같지요. yoga와 yoke, 생긴 것도 비슷하지 않나요? 여기서 묶는다는 건 정확히는 마소(馬牛) 두 마리에 멍에를 씌워서 엮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yoke는 멍에라는 명사도 되고 결합하다, 연결하다는 동사로도 사용됩니다.
라틴어 jugum(멍에), jungo(한데 묶다)도 모양새가 비슷하지요? 첫 스펠링이 j라서 다르다고요? 라틴 j는 영어 y로 발음된답니다. 유명한 이탈리아의 축구팀 유벤투스를 아시나요? 이탈리아어의 모태가 바로 라틴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juventus라고 표기하고 유벤투스라고 읽지요. 주벤투스가 아니고요. 로마시대의 기병대원들을 가리키는 라틴어입니다. 아, 젊은이 혹은 청춘이라는 뜻도 있죠. 이 유벤투스의 모기업(피아트 그룹)이 지프, 마세라티,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자동차 회사거든요. 기병대와 자동차, 잘 어울리지요?
다시 돌아와서, 유즈, 요가, 요크, 유굼, 융고... 발음도 비슷하고 뜻도 같습니다. 왠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맞습니다! 산스끄리뜨와 라틴은 같은 인도유럽어족인지라 어원이 같거나 비슷한 게 꽤 있답니다. 사실 라틴은 산스끄리뜨의 영향을 받은 언어지요. 영어 역시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며, 어원 중에 라틴으로부터 온 게 30~50%가 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