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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Nov 13. 2020

목재 연구 - 앞판(스프러스)

바이올린 이야기 #17


◆좋은 나무와 악기의 관계 연구


    앞에서도 종종 언급했지만 바이올린을 포함한 현악기는 스프러스(Spruce, 가문비나무)와 메이플(Maple, 단풍나무)로 만들어진다. 그 이외의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는 음향학적으로 검증이 거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악기를 선택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들어가기 앞서, 음향목으로 가장 훌륭한 나무는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에보니(Ebony, 흑단나무)다. 에보니는 물에서 가라앉을 정도로 나무 조직 밀도가 촘촘해 이론상으론 최고의 음향목으로 꼽히지만, 역시나 너무나 단단하고 밀도가 커 현악기 기준에서의 음량은 전달이 거의 되지 않는다. 행여 에보니가 세월이 흘러 소리가 트이면서 바이올린에 쓸만할 정도가 되려면, 개인적으로 500년 이상이 걸려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에보니는 지판이나 턱받침 등 부수적인 용도로 활용될 뿐 악기 바디(Body)에 쓰이기는 어렵다.      



■스프러스


    악기 바디는 연목재(Softwood)와 경목재(Hardwood)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그 중 연목재에 해당되면서 악기의 소리를 울려퍼지게 하는 핵심적인 나무는 스프러스다. 바이올린의 앞판과 내부 기둥인 사운드포스트, 내부 대들보에 해당하는 베이스바의 원재료이기도 하다. 그만큼 스프러스의 역할이 악기의 소리를 판단할 때 가장 큰 기준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프러스는 주로 적당히 추운지방에 자라나는 소나무과 나무다. 주로 동아시아, 히말라야, 시베리아, 유럽,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세부적으로 유럽 노르웨이 스프러스, 미국 로키산맥 등지의 엥겔만(Engelmann) 스프러스, 미국 북동쪽의 애디론댁(Adirondack) 스프러스, 알래스카 남쪽에서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이어지는 스티카(Stika) 스프러스, 러시아 스프러스, 국내에서도 지리산과 덕유산 스프러스가 있다.

 

    그 중 전통적으로 바이올린 앞판 제작용으로 사랑받는 스프러스는 알파인 스프러스(Alpine, 알프스 산맥)다. 알파인 스프러스가 분포되어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독일(바바리아),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줄리아) 등 6개국이다. 전반적으로 온대기후에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라나는게 특징이다.         

 

유럽 스프러스 주요 산지


    알파인 스프러스 중에서도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등 수많은 명기에 쓰였던 스프러스는 이탈리아 북부 발 디 피엠(Val Di Fiemme) 계곡의 스프러스가 유명하다. 발디피엠 스프러스 중에서도 나무 밀도가 일정하고 음향학적으로 최상의 목재비중(Specific Gravity)이라는 Ultra low 비중 0.33~0.37인 나무들이 마스터 등급으로 분류된다. 가격도 제일 비싸다.    

 

13년 건조 AAA 발디피엠 스프러스


    좋은 스프러스 음향목 기준으로 나무테가 촘촘하면서도 균일한 모습을 꼽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테가 칼같이 균일해야 하거나 항상 세로줄이 일정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스프러스 나무테 중 간혹 곰 발톰으로 나무를 할퀸듯한 무늬가 발견되는데 이를 ‘Bear Claw’라고 해서 더 좋은 평가를 내린다. 음향학적으로는 더 낫다고 단정짓기 어렵지만, 미관상 아름다움을 더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Bear Claw'가 있는 스프러스


    또한 같은 마스터 등급의 나무라고 해도 언제 베어져 건조됐고, 건조된 상태에 따라 나무 가격은 차이가 난다. 가격으로 보면 알파인 스프러스 AAA 1등급 나무 중 22년 건조된 것은 대략 60유로 선이다. 10년 이상 건조된 동유럽 스프러스가 30유로 선인 것을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싸다.    


등급별 스프러스 시세


    간혹 일부 중국 제작 공방에서 100년 이상된 나무로 만들었다는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사실상 상술에 가깝다. 100년전이라면 중국은 혼란기로 이후 중일전쟁까지 겪었을 만큼 악기를 체계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나무를 베었을 리가 만무하다.

 

    정말 수 십년 된 품질 좋은 스프러스는 유럽이나 미국 주요 공방에서 이미 매점매석해 보관하는 만큼 희귀한 상황이다. 고작 200만원 이하의 중국 악기에서 100년된 스프러스를 쓴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당장 전 세계 상당수의 공방은 3~10년 건조된 스프러스를 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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